[촌부의 단상]
계절이 바뀔 무렵...
지난 봄에는 가뭄으로 속을 많이 태웠었다.
그런데 요즘은 시도 때도 없이 비가 내린다.
비다운 비도 아닌 소낙비가 자주 쏟아진다.
무더위에 비가 내려 잠시 시원하긴 하지만
이내 습한 공기로 변하여 힘들게 하였었다.
그러나 무더웠던 여름도 가는 시간앞에는
무기력하게 무릎꿇고서 주저앉는 것 같다.
역시 계절 변화는 어김없이 흐르는 시간과
약속이라도 한 듯이 소리없이 바뀌고 있다.
아침, 저녁으로는 어느새 찬바람이 난 듯한
서늘한 기운이 감돌고 있는 느낌의 산골...
이렇게 계절이 바뀌고 여름이 가려나 보다.
가을을 제촉하는 듯하는 비가 내리는 어제
아침에 우산을 바쳐들고 버릇처럼 늘 하는
촌부의 발걸음은 가장 먼저 밭으로 향했다.
지난 화요일 씨앗을 뿌린 무우와 총각무가
벌써 싹이 올라온다. 비가 제때 내려주어서
그런가보다. 농부는 아니지만 밭을 일구고
씨앗을 뿌리고 싹이 트면 기분이 좋으면서
설레이는 마음이다. 그리고 점점 잎이 나고
뿌리가 자라면 그 뿌듯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음이다. 아마도 농부님들이 농사를 짓는
마음과 기분은 이런 느낌이 아닐까 싶다.
이제서야 겨우 싹이 트는데 벌써부터 촌부는
가을날 흙속에서 뽑아 하얀 살을 드러내는
싱싱하고 튼실한 무우를 생각하며 웃고있다.
옴마 고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