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더덕과 잔대가 영계를 만나면...
한창 바쁘지만 어제 아침 원주에 다녀왔다.
아내의 휴대폰이 고장나서 수리를 하기위해
서비스센타에 나간 것이다. 산골에 살다보니
이럴때가 참 난감하고 불편함이 따르는 것...
수리하고 잠시 근처 문막에서 사업을 하는
친구도 만나고 일전에 서울에서 다른친구가
모임때 오면서 나에게 준다며 좋은 집필묵과
탁구라켓을 맡겨 놓았다며 찾아가라는 것이
생각나서 찾아오기 위해서였다. 한창 바쁜
철인데 오전이라 사업장에서 기다려 주었다.
같은 강원도이고 인근이지만 서로 사는 것이
바빠서 자주 만나지 못한다. 부부가 반갑게
맞아주었고 식사라도 하고 가라고 했지만
집일이 바빠서 잠시 차한잔 나누고서 그냥
왔다. 미안하고 고맙다. 그리고 산골에 사는
친구에게 좋은 선물을 준 친구도 고맙다.
종익아! 미안해~!!! 상직아! 너무 고맙다~!!!
기왕 나간 김에 대형마트에 들렸다가 곧장
집으로 왔다. 해야할 일이 잔뜩 쌓여있어서
더 머무를 겨를이 없다. 아내가 메모해준걸
가지고 장을 봐왔다. 백숙용 닭고기를 비롯
생필품이 적혀 있었다. 카트를 밀고 다니며
장을 보는데 영 생소하고 어디에 뭐가 있는
지 몰라 마트직원인 아주머니에게 물어보니
친절히 알려주었지만 머리 희끗희끗한 중년
아저씨가 혼자 장을 봐서 그런지 의아한듯
쳐다보며 웃는 것이 조금은 어색한 느낌...
늘 아내와 함께 다니다가 혼자 장보는 것이
정말 느낌이 별로였다. 새로운 경험이랄까?
집에 오자마자 더덕과 잔대를 몇뿌리 캐라고
하는 아내의 말에 밭에서 자연스럽게 자라는
더덕과 잔대를 몇뿌리 캐서 시냇물로 씻어
아내에게 주고 콩밭으로 나갔다. 지난번에
강풍과 폭우에 쥐눈이콩이 자빠지고 가지가
찢어져 흙으로 북을 주고 더 자빠지지않게
군데군데 말뚝을 박고 비닐끈을 묶어 길게
줄을 쳐놓았다. 한여름 뙤약볕이라 온몸에
흐르는 땀으로 목욕을 한듯 끈적거렸지만
가을의 콩수확을 기대하며 힘든줄 모르고
일을 마쳤다. 이런 방법은 아마도 농부들은
전혀 하지도 않고 많은 양을 기르는 것이라
할 수도 없을 것이다. 양이 적으니까 해보는
것이다. 나름 좋은 방법이라는 생각인데...
열심히 일한 보람은 아내가 해준 백숙으로
보상이 되었다. 무겁고 위험한 예초기 매고
단지의 풀을 깔끔하게 깎느라 고생을 많이
한 막내처제와 데크공사를 하느라 고생을 한
막내동서에게 감사의 표시이기도 한 만찬...
다니러왔던 둘째네가 마음에 자꾸 걸린다.
함께 했으면 좋았을텐데 다음번에 내려오면
다시 한번 해야겠다는 아내의 마음이 너무
고와보인다. 더덕과 잔대를 넣고 푹 끓인
영계백숙을 막내부부가 맛있게 먹는 것을
보니 더불어 사는 우리산골가족의 모습이라
뿌듯함까지 느껴지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