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예초기를 짊어지고...
깎은 지 얼마되지않은 것 같은데 그새 자란
잔듸와 풀이 단지 안의 정원에도 길가에도
무성하게 자랐다. 요며칠 이어진 장맛비를
양분삼아서 쑥쑥 자라난 것이 아닌가 싶다.
비가 그치기를 기다렸다가 깎아야지 했는데
밖에 나갔다가 들어오니 막내처제와 아내가
정원을 누비고 있다. 처제는 예초기를 매고
풀을 깎고 있고 뒷 따르는 아내는 갈고리와
낫을 들고 깎은 풀을 손수레에 담고 있었다.
어느해부터 남자도 하기 힘든 예초기작업을
막내가 하고 있다. 산골에 살다보니 이렇게
힘든 일까지 하는 막내가 대견스럽기도 하고
한편 안스럽다. 언제부터 하였는지 반이상은
한 것 같다. 내가 하겠노라며 작업을 멈추게
했다. 머리에 쓰는 보호막 달려있는 모자를
벗은 얼굴은 햇볕에 땀범벅이 되고 익은듯
새빨갛게 달아오른 얼굴을 보는 순간 정말
마음이 안좋았다. 아내 또한 깎은 풀을 긁어
손수레에 싣고 퇴비장으로 나르느라 땀을
비오듯 흘리는 모습이었다. 산골아낙들인
자매는 이렇게 맹렬 여성들이다. 해보아서
알지만 예초기로 풀을 깎는 작업은 정말로
위험한 작업이라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
조심해야 하는 작업이다. 또한 어깨도 팔도
다리도 아픈 고된 작업인 것이다. 다 깎고
나서보니 막내가 깎은 곳은 깔끔하다. 아주
정교하고 섬세하게 깎은 반면 촌부가 깎은
곳은 처삼촌 묘 벌초하듯이 정교하지 못해서
아내가 놀리며 웃었다. 깎은 것이 한달은 더
자란 것 같다나 뭐라나...
그렇다면 이번에는 촌부만이 할 수 있는 일,
조팝나무 정리를 하였다. 제멋대로 자라서
쭈삣쭈삣하고 너저분하여 가끔씩 정리해야
깔끔해보이기 때문이다. 높아서 사다리타고
올라가 대형전지가위를 사용하여 잘라내고
다듬는 작업이다. 한참 땀흘리며 하고나서
보았더니 아주 깔끔하다. 나무들도 채소들도
다 우리들 손이 가야 깔끔하고 잘 자라는 법,
그러니 수시로 하고 또 해야 하는 것이다.
휴가철이라 손님들이 오고 있다. 깔끔하게
정리된 곳에서 불편없이 편안하게 쉬었다가
가시게 하는 것이 우리의 할 일인지라 힘든
줄도 모르고 이렇게 온식구가 열심히 하고
있는 것이다. 산골가족은 이렇게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