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흙이 보이네.
겨울은 참으로 길었다.
아직 겨울이 물러간 것은 아니지만
겨우내 하얀 눈으로 덮혀있던 밭은
이제서야 순백의 흰옷을 벗어 제치고
마치 속살 보여주듯 제모습 드러내 보이며
기나긴 동면에서 깨어나 기지개를 켜고 있다.
반갑다. 흙이 보이네.
모진 추위와 눈보라를 잘 견뎌 주었고
강풍에도 잘 이겨주어 너무나 고맙다.
아직은 꽁꽁 얼어붙은 땅이지만
속살이 훤히 드러난 밭을 보노라니
어느새 마음은 봄날에 달려가 있다.
●竹馬故友
어제 저녁 늦게 아주 절친한 죽마고우가
집에 왔다. 느닷없는 방문이지만 반갑다.
고향을 다녀오는 길에 친구가 보고싶어
무작정 달려왔다니 고맙다. 고기 몇근을
끊어서 상추와 풋고추, 마늘까지 그리고
술도 몇병 사갖고 왔다. 도시와는 달라서
멀리 나가야 하기에 오면서 미리 준비해
왔단다. 고맙기는 하지만 한편 미안하다.
간만의 만남이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주거니 받거니 나누는 술잔은 정겨움이요
우정이요 우리들이 사는 삶 그 자체였다.
고맙네. 친구!
자네와 내가 지금껏 이어온 50년의 우정은
우리가 존재하는 그날까지 쭈욱 함께 할걸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