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여름같은 봄날의 수확
2026년 4월 20일 월요일
음력 丙午年 삼월 초나흗날
살다살다,
세상에 요즘과 같은 날씨는 처음이다.
봄의 실종이라고 해야할까?
아님 봄의 생략이라고 해야할까?
아마도 우리나라에서 봄이 가장 늦은 고장이
이곳 평창, 봉평의 설다목 산골이 아닐까 싶다.
그렇게 뒤늦은 봄이 왔는가 싶어 좋아했는데
오자마자 가려는지 기온은 사정없이 올라가고
햇볕은 왜 그렇게도 이글거리며 뜨거운지 몰라?
한낮 기온이 무려 영상 27도라서 하는 말이다.
오늘은 비소식이 있어 그렇게 많이 오르지 않을
것 같은데... 아침은 영상 5도로 시작한다.
어제 아침나절에 잠시,
큰밭가 한 귀퉁이 부추밭을 잠식할 듯한 잡초를
호미를 들고 뽑고 캐고 긁어버렸다. 온갖 잡초가
제자리인냥 그새 자라나 부추를 에워싸고 있어
부추밭인지, 잡초밭인지 분간이 안갈 정도였다.
망초, 꽃다지를 비롯한 이름도 모르는 잡초들을
부추가 다치지 않게 뽑아내려니 여간 손이 많이
가는 것이라 그만 때려치울까도 했지만 오기가
발동하여 부추 사이사이에서 자라는 녀석들까지
몽땅 소탕을 했다. 그래봐야 얼마 못간다는 것을
알면서도 끝장을 보자고, 누가 이기나 해보자고
땀을 흘리며 중얼중얼, 궁시렁거리면서...
제아무리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해도,
한낮의 더위와 싸우면서 일을 하고싶지는 않았다.
손바닥만한 부추밭의 잡초와 씨름을 하느라 지쳐
점심을 먹자마자 곯아떨어져 낮잠에 빠져버렸다.
아주 곤하게 한 시간쯤 잤을까? 아마도 그 시간이
한낮 더위의 절정이지 싶다. 마당의 그늘에 앉아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봤다. 참 강렬했다. 정말로
더웠다. 벌써부터 이렇게 더우면 어쩌란 말인가?
비 맞은 중처럼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누가 듣든
말든 상관없지만 하늘이 들었으면 싶었다.
때이른 강렬한 햇볕이 조금 누그러지는 듯하여
박스와 장바구니를 들고 수영장 아랫쪽 밭으로
나갔다. 세 군데의 명이나물밭들 중에 씨앗으로
번식을 시킨 밭이다. 그래서 발을 디딜 틈도 없이
빼곡하게 자랐다. 가장 튼실하게 잘 자라 수확을
하려고 나선 것이다. 서울 막둥이네 보낼 주려는
것이라서 아내도 따라 나왔다. 그랬는데 햇볕이
여전히 따가와 하다말고 쉬고 또 하다말고 물을
마셨다. 박스에 2/3쯤 채웠을 무렵 아내가 힘이
드는 듯하여 어서 들어가라고 했다. 사실 이놈의
명이나물 수확은 꽤 까다롭다. 한 그루라고 해야
하나 한 줄기라고 해야하나? 거의 대부분 잎이
두 장 많은 것은 석 장이 나오는데 그 중 한 장은
필히 남겨두어야 한다. 그렇게 하지않으면 죽게
된다고 한다. 그래서 조심스럽고 까다로운 것이
명이나물 수확인 것이다. 기르는 것은 수월한데
반해 수확으로 보면 비경제적인 작물이랄까?
세 군데 밭 중에 한 곳의 명이나물 수확을 마쳤다.
제법 큰 박스로 한가득 담아서 서울 막둥이네로
보냈다. 때마침 매제가 강릉에 결혼식이 있어서
올라가는 길에 들려 가지고 갔다. 원추리 나물도
조금 캐서 얹어 보냈다. 우리 막둥이는 작고하신
엄니 식성을 닮아서 나물종류를 엄청 좋아하여
이따금씩 보내주곤 한다. 솔직히 말하면 아우가
큰오라비, 큰 올케는 부모님 맞잡이라면서 평소
우리 부부에게 너무 잘하여 마땅히 보답할 것이
없어 이런 산나물이나 농사지은 푸성귀를 보내는
것으로 대신한다. 보내주면 아주 좋아라 하니까
다행스럽고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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