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촌부의 단상

[촌부의 단상] 

산골에 봄이 오긴 했지만...


2026년 4월 18일 토요일

음력 丙午年 삼월 초이튿날


아침 기온 영상 1도, 지붕은 밤사이 내린 서리로

하얗다. 바깥도, 실내도 차갑다. 난롯불을 지폈다.

꽃피는 계절에 서리는 뭐고 난롯불을 지피다니...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 해야 하는 건가?

요즘은 일교차가 상상 그 이상으로 매우 심하다.

아침은 쌀쌀하지만 한낮은 그야말로 더울 정도다.

그러고보니 아침에도, 한낮에도 봄이 아닌 듯하다.

봄을 생략하고 곧장 여름으로 가려하는 것일까?

그렇긴 하지만 산골에도 드디어 봄이 와있음이다.


지난 월요일 이후 수요일에는 교육으로 나흘만에

나간 식물원, 날씨가 잔뜩 흐렸다. 하늘의 구름이

하도 신기하여 일을 하다가 사진을 두어장 찍었다.

그 모습이 뭔가의 예고였을까? 3년째 함께 하면서

호흡 잘맞는 아우가 월말까지 일을 나오고 그만둘

것이라고 했다. 대충 이유는 알려주었기에 만류를

할 수도 없었다. 일은 그만두지만 앞으로 이따금씩

만나기로 했다. 서운하고 안타깝긴 하지만...


산골집도 그렇듯이 식물원의 봄도 과속으로 달리는

봄이다. 하루가 다르게 변모하는 봄이라 나흘만에

나갔더니 그새 모습도, 색깔도, 느낌도 달라보였다.

진달래 두 종류가 만발했고, 무리지어 핀 제비꽃,

바위를 타고 기어오르는 돌단풍도 피기 시작했다.

몇 종류의 할미꽃, 현호색과 얼레지가 함께 어울려

펼쳐진 군락지가 멋지다. 산기슭의 한쪽에 위치한

깽깽이풀 군락지는 아름다운 꽃잔치가 벌어졌다.

계절별로 온갖 자생식물의 꽃은 물론 성장과정을

지켜보고 감상하며 관찰을 할 수 있는 일을 하게

됨은 분명 감사함이며 내게 주어진 복이구나 싶다.


비록 시니어 일이긴 하지만 나름 최선을 다해 일을

한다. 지금껏 3년째 지적을 당하거나 질책을 받은

적은 없다. 오히려 칭찬을 받으며 일하여 뿌듯하다.

다른 동료들이 있긴 하지만 서로 눈빛만 봐도 정말

호흡이 척척 맞았던 아우가 그만둔다니 마음이 영

아니다. 그래도 맺어진 인연의 끈을 이어가기로는

했지만 서운한 마음은 어쩔 수 없음인가보다.


그런 다소 우울함으로 집에 왔더니 반갑고 고마운

일이 있었다. 얼마전 시냇가 고사목 때문에 한전과

면사무소에 민원을 냈지만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거절을 당했다. 개인 땅이 아닌 지자체에서 관리를

하는 구거(溝渠, 수로부지)가 분명한데 유해목이

건물을 위협하면 정리를 해주게 되어있음에 불구

하고 못해준다 했고, 한전에서는 전선이 고사목에

걸쳐있지만 피복이 씌어진 전선이라 위험이 없어

니무를 베어줄 수가 없다는 것이다. 우리 토지도

아닌데 우리 건물이 위험에 노출된 것이라서 거듭

면사무소와 한전에 항의를 했으나 서로 핑퐁이라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어 고민을 이장에게 하소연

했더니 고지톱으로 어느 정도 정리해보자고 했다.


촌부가 식물원에 일을 나간 사이에 고지톱을 갖고

올라와 최선생, 이서방과 함께 위험한 나뭇가지와

통나무를 자르고 베어놓은 것이었다. 건물쪽으로

나무가 쓰러지지 않게 밧줄로 묶어 방향을 잡느라

셋이서 애를 먹었단다. 그래도 용케 건물을 피하여

쓰러지게 자르고 베어놓아 다행이다. 전선이 걸쳐

있고 지나가는 나무는 건드릴 수 없음이라 그대로

둘 수밖에 없었다며 촌부가 속으로 욕을 했던 한전

놈들이 너무 하는 것 아니냐며 이구동성 농성하듯

한마디씩 지껄였다. 이제 나머지 정리는 엔진톱을

들고 나서야 할 것 같다. 고사목이긴 하지만 워낙

밑둥이 굵은 나무라서 조심조심 베어내야만 할 것

같다. 마을 이장이라는 책임에 본인 일을 제쳐두고

부러 시간을 내고 고생을 마다한 마을 아우 이장,

옆에서 밧줄 잡아주고 뒷정리를 함께한 최선생과

이서방의 수고에 고마움을 표했다.


저녁무렵 단지를 둘러보다가 삐뚝바리(눈개승마)

새순이 부쩍 자라 부랴부랴 바구니를 들고 나갔다.

촌부가 하절기에 채소를 수확하여 담는 것이라서

자연마트 장바구니라고 하는 것인데 한가득 꺾어

둘째네 나눠주고 아내에게 전했다. 첫수확이라며

조금 데쳐 숙회로 먹기로 하고 나머지는 데쳐서

묵나물로 말린다고 했다. 저녁밥상에는 삐뚝바리

숙회, 데쳐무친 명이나물이 올라왔다. 이제 자주

산골밥상에는 싱그럽고 향긋한 봄나물이 올라올

것이다. 머잖아 두릅, 잔대순, 참취, 곰취, 개미취,

곤달비, 머위새순, 돌나물 등등 봄향기 진동하는

나물들이 입맛을 돋우게 될 것이라 기대가 된다.


https://band.us/band/7070781/post/430598463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날짜
4573 촌부의 단상-일교차가 너무 심하다. 2026.04.25
4572 촌부의 단상-봄나물의 제왕, 두릅을 찾아서... 2026.04.24
4571 촌부의 단상-봄이 짙어가지만... 2026.04.23
4570 촌부의 단상-단지에서 꺾는 잔대순 2026.04.22
4569 촌부의 단상-세 계절의 공존인가? 2026.04.21
4568 촌부의 단상-여름같은 봄날의 수확 2026.04.20
4567 촌부의 단상-봄이다, 봄... 2026.04.19
» 촌부의 단상-산골에 봄이 오긴 했지만... 2026.04.18
4565 촌부의 단상-농사 시작, 밑거름 뿌리기 2026.04.17
4564 촌부의 단상-꽃과 서리 2026.04.16
4563 촌부의 단상-산골의 봄은 과속 주행 2026.04.15
4562 촌부의 단상-봄, 봄, 봄~ 봄이로구나! 2026.04.14
4561 촌부의 단상-죽마고우들과의 만남은 즐거웠다. 2026.04.13
4560 촌부의 단상-칠순기념 초등학교 동창회 2026.04.12
4559 촌부의 단상-쉬는 날, 비가 내려서... 2026.04.10
4558 촌부의 단상-식물원은 참 좋은 일터다! 2026.04.09
4557 촌부의 단상-그럼에도 불구하고... 2026.04.08
4556 촌부의 단상-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로구나! 2026.04.07
4555 촌부의 단상-못말리는 촌부의 꽃사랑 2026.04.06
4554 촌부의 단상-우후죽순(雨後竹筍)이라더니... 2026.04.05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5 6 7 8 9 10 11 12 13 14 ... 238 Next
/ 238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