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농사 시작, 밑거름 뿌리기
2026년 4월 17일 금요일
음력 丙午年 삼월 초하룻날
어제와 달리 오늘 아침은 기온이 많이 올랐다.
영상 5도, 옅은 서리는 여전하다. 이곳 산골에는
5월 중순까지 서리가 내리기 때문에 따뜻하다고
방심하면 안된다. 야생의 식물들은 개의치 않지만
농작물은 냉해를 입을 수 있어 심을 수 없다. 거의
대부분의 농가들은 땅속에 심는 감자, 옥수수 외
다른 농작물은 5월 중순 이후에 파종을 하고 있다.
어제는 식물원에 나가지 않고 쉬는 날이고 날씨도
좋아 뭔가 일을 해야만 할 것 같았다. 먼저 전날에
사다놓은 상토를 뜯어 모종판에 깔아놓고 한련화
씨앗을 포트 구멍에 하나씩을 넣고 그 위에 상토를
부어 덮었다. 그리고 물을 흠뻑 주었다. 한련화를
모종 기르는 것부터 시작하여 길러보려고 함이다.
그리고나서 언뜻 생각난 일이 있었다. 산기슭쪽의
나물밭에 자빠뜨려놓은 나무 한 그루를 정리해야
할 것 같았다. 그. 밭에는 곤달비와 달래가 자라고
있는데 그냥 그대로 방치하면 쓰러진 나뭇가지에
가려 제대로 자랄 수가 없다. 엔진톱을 꺼내 들고
가지를 먼저 정리하고 장작크기로 토막을 내놓고
밭 바깥쪽으로 다 치워놓았다. 땀을 조금 흘리기는
했지만 마음은 개운하다. 아마도 곤달비 녀석들이
이랬을게다. "주인 할배가 나무를 치워줘 이제야
살 것 같네. 그동안 답답해서 혼났는데..."라고...
오전에 마을 형님댁에 내려가 성분이 좋은 거름을
몇 포 구했다. 우리는 농업경영체 등록을 하지않아
저렴하게 살 수 없어 해마다 형님께 부탁하고 있다.
당연히 값은 제대로 치르고 가져온다. 농협에 가서
모자라는 것이나 그 외의 농자재는 조금씩 사온다.
어제도 그랬다. 중동사태 때문에 다들 걱정이 이만
저만 아니다. 멀칭비닐도 지난해 비해 오른 듯하다.
우리야 조금 넓은 텃밭농사 수준이지만 농부님들은
중동전쟁 여파로 걱정이 많은 듯했다. 여러가지로...
아침에는 0도의 기온에 쌀쌀했지만 한낮에는 무려
24도까지 치솟았고 햇볕이 어찌나 따가운지 일을
할 수가 없었다. 이 정도쯤이야 바빴다면 했겠지만
급할 것 없으니 굳이 그럴 필요는 없어 조금 서늘한
늦은 오후에 일을 시작했다. 이제부터 촌부의 텃밭
농사 시작이다. 농사의 가장 기본, 밑거름 뿌리기를
한 것이다. 저녁무렵 햇살도 꽤 따가웠다. 땀범벅이
되었으니... 아내가 이따금씩 나와 시원한 물도 갖다
주고 사진도 찍어주었다. 이 정도 밭뙈기 세 군데를
가지고 뭘 그리 낑낑거리느냐고 농부님들이 봤다면
코웃음을 쳤겠지만 두어 시간 거름 뿌리고 났더니
온 삭신이 쑤신다. 한 해 한 해 다름을 느끼게 된다.
힘들어 하는 모습을 본 아내가 안스럽다는 듯이
"힘든데 이제 우리 농사 짓지말자!"라고 하는 것
아닌가? 그 말에 "예끼, 이 사람아! 있는 밭을 두고
농사 짓지말자니? 자급자족하는 재미는 어쩌고?"
라고 한 다음, "농부에게 농사를 짓지말라고 하면
그건 큰 욕이라니! 힘은 들어도 쉬엄쉬엄 할라네."
라고 웃으며 말했다. 아내도 함께 따라 웃으면서
"이제부터 늦가을까지는 당신 놀이터는 밭이네."
라고 하여 "하모! 농부 놀이터는 밭이라니!"했다.
거름 뿌려놓았으니 언제라도 멘토 맥가이버 마을
아우가 트렉터를 몰고와 밭갈이와 로타리를 치러
와도 문제가 없음이다. 예고도 없이 오는 아우라서
미리미리 해놓는 것이 상책이라서... 이제 뭘 심을
것인가 생각해봐야겠다. 해마다 그게 그거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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