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아내의 가계부와 주판...
해마다 이맘때 쯤이면 준비하는 것이 있다.
아내와 일년동안 매일 함께 하는 가계부이다.
저녁무렵 광고회사 국장으로 있는 후배에게
가계부를 부탁하는 전화를 하였다. 고맙게도
보내주겠단다. 도시에 살때는 가계부 구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으나 산골에 살다보니 다소
불편하고 구하기가 쉽지가 않다. 인터넷으로
주문하거나 인근 도시에 나가 구입을 하여도
되기는 하지만 그마저도 애로사항이 있어서
후배에게 부탁을 하긴 했는데 많이 미안하다.
아내가 가계부를 쓰기 시작한 것은 1984년,
본가에서 독립하여 분가를 하면서부터이다.
그러니까 어느새 책꽃이에 31권이 꽂히게
되고 새해에는 32권째의 가계부를 쓰게 되는
것이다. 그동안 아내가 쓴 가계부는 종류도
가지가지다. 여성잡지 부록, 기업체 다이어리,
은행 가계부... 책장에 꽂힌 아내의 손때묻은
가계부를 보면 고마움과 미안함이 교차한다.
결혼초기 넉넉하지않은 살림살이를 하느라
고생도 많았을텐데 꼬박꼬박 가계부를 쓰며
알뜰하게 우리집 살림을 꾸려왔으니 너무나
고맙고 감사한 마음이다. 이곳에 내려왔을
당시 한동안 수입도 없이 지출만 있었을 때도
가계부쓰는 일은 중단하지않고 계속되었다.
한해한해 지나가면서 한권씩 늘어나 책장에
꽂히는 가계부를 볼때마다 내 아내지만 정말
끈기와 알뜰함, 인내심은 가히 상상 초월이라
여겨진다. 앞으로도 아내의 가계부는 해마다
한권씩 늘어날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런데 아내는 가계부를 쓰며 계산을 할 때는
주판을 고집한다. 아주 오래전부터 해오는
습관이다. 주판보다 간편한 계산기도 있고
요즘 컴퓨터로 쓰는 편리한 가계부도 있으며
엡을 다운받아서 스마트폰으로 써도 될텐데
고집스럽게 종이책으로 된 가계부와 주판을
사용하고 있다. 주판은 우리 주변 일상에서
거의 사라졌거나 사라져가고 있는 요즘인데
아내는 그 명맥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으니
잘한다고 해야할지 아니면 시대에 뒤떨어진
산골아낙이라고 해야할지 모르겠다. 도시에
살던 때처럼 수입과 지출이 빈번하지는 않아
가계부를 채우는 것도 그다지 많지도 않아서
주판으로 계산하는 것이 오랫동안 손에 익어
더 편하단다. 아내가 사용하는 주판도 꽤나
나이를 많이 먹은 녀석이다. 광고회사 재직시
대리로 진급했을때 바로 윗상사였던 S형님이
선물로 사주셨던 것이다. 기억하건데 아마도
한 30년쯤 된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우리집엔
여러가지로 오래된 골동품(?)이 여기저기 꽤
많이 자리하고 있는 것 같다. 이 주판을 보니
S형님 생각이 난다. 안부전화를 드려야겠다.
●올겨울은 하루가 멀다하고 한파주의보가
내린다. 벌써 몇번째인지도 모르겠다.
꽤나 추운 산골의 아침이다. 영하 21도...
낮부터 풀리는 반짝 한파라니 다행이다.
배웠지. 자길 돌아 볼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나 대단허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