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비, 비, 또 비...
비가 하염없이 내리는 아침이다.
밤새 내렸고 엊그제도 내렸고 어제도 내렸다.
몇일몇날을 내렸는지 기억도 가물가물...
늦장마, 가을장마인가 보다.
이맘때 이렇게 많은 비는 쓰잘데 없는데...
지난 봄 그렇게 가물어 애를 태우더니
이제는 지루하게 많이 내려서 애를 태운다.
자연의 조화는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몇일째 이어지는 비는 잡초를 키웠다.
봄부터 지난 여름까지 뽑고 뽑고 또 뽑았다.
그러면 뭐 하나? 꼼짝없이 바라만 볼 수밖에...
이렇게 비가 내려 또 잔뜩 키우고 있다.
자라서 씨앗이 맺히기 전에 뽑이야 한다.
한 녀석이 퍼뜨리는 번식의 결정체는
가히 상상을 초월하는 번식력이다.
비가 그쳐야 뽑던 매던 할텐데...
줄기가 사그라져 가고 있는데
호박은 노랗게 옷을 갈아입고 누워있다.
덩그러니 누워서 익어가고 있는 것이다.
비를 많이 맞으면 제대로 익지않을텐데...
이 또한 호박의 운명이니 지켜보는 수밖에...
숲그늘 속에 소롯이 표고버섯이 자랐다.
몇일 안본 사이에 너무 피어 버렸다.
안되겠다 하고 비를 맞으며 따야했다.
그나마 오늘은 표고버섯 수확으로 만족하자.
젖었으니 씻어 건조기에다 말려야겠다.
날씨가 좋아야 산골아낙이 밭에 나가
상추도 따고 고추도 따고 아욱잎도 뜯고
오이도 따고 토마토도 따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볼텐데...
하염없이 내리는 이 비는 언제쯤에나 그치려나?
어제는 비에 몸이 젖더니
오늘은 마음이 젖네
내일 볕 좋으면 둘 다 말렸으면 좋겠네.
/시인 이기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