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8월을 맞이하며...
어제 저녁무렵에 또 한바탕 소나기가 퍼붓고 지나갔다. 제대로 내리는 비는 아니지만 간간이 내려주는 소나기는 산골 식물들에게는 반가운 생명수이다. 8월의 첫날, 오늘 아침은 어제에 이어 자욱한 안개와 함께 시작한다. 새로운 달을 맞이하는 이른 아침에 촌부는 가장 먼저 발길을 밭으로 향했다. 촉촉하게 젖은 모습과 물기 머금은 싱그러운 채소들이 아침인사를 한다. 여느날 같으면 '반갑고 고맙다'라고 해야함인데 오늘은 그러지 못해 녀석들에게 미안하다.
산골살이를 하면서 촌부는 도리를 제대로 행하지 못하는 생활을 하고 있음이다. 그래서 새로운 달을 맞는 마음이 기쁨보다 우울한 마음으로 시작을 한다. 우리는 살면서 아주 많은 도리를 행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인데...
사전적 의미에서 "사람이 어떤 입장에서 마땅히 행하여야 할 바른길"을 우리는 도리(道理)라고 일컫는다.
그런데 촌부는 이번에 또 그 도리를 제대로 다 하지 못함에 가슴이 아프고 마음이 저려오고 친구에게 미안한 마음이다. 이번에 행하지 못한 도리는 친구로서의 도리이다. 촌부에겐 많은 친구가 있다. 그 중에서도 아주 절친한 竹馬故友(죽마고우)가 있다. 어려서부터 거의 형제처럼 모든 것을 허물없이 터놓고 지내는 그런 친구이다. 이번에 그 친구에게 친구로서의 도리를 다하지못해 마음이 많이 아프다. 엇그제 다른 친구를 통하여 고향에 계신 친구 어머님께서 별세하셨다는 소식을 접했다. 한달음에 달려갔어야 마땅한 것이다. 하지만 지금 이 싯점 촌부의 현실은 그럴 수가 없음이다. 결국 이런 핑계로 문상도 못가고 마음만 아파하고 있는 스스로가 그저 밉다는 생각뿐이다. 오늘이 출상날인데...
친구야! 뭐라 할 말이 없어 용서도 못 빌겠다.
어머님! 부디 고통없는 곳에서 영면하십시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