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덕궁의 후정인 비원에 우아한 자태를 으스대며 핏빛 보다도 더 붉은 모란이 아주 흐드러지게 터져버린
오월 세째주 일요일.
지금은 퇴색하여 도서관이나 헌 신문 뭉치에서나 그 때의 그 사건을 증거하여 주는 광주의 5. 18이 터져버린
오월의 그날 .
올해에는 흙속에 묻혀버린 광주 보다 물속에 수장되어 버린 현재 진행형의 어린 넋들의 진혼으로 인하여 더 더욱
침울해진 오월.
과거의 참혹한 사건과 작금의 어이없는 대 재앙을 잠시나마 뒤로 하고 우리는 몇달 전 부터 계획한 서울역에서 부터
경북 봉화군의 오지마을인 분천역에 이르는 백두대간의 절경을 음미하려 이른 아침에 서울역으로, 청량리 역으로
모여 들었다.
청량리역 집결시간인 7시 30분 조금 지나 얼굴을 내 미니 벌써 친구들이 역 대합실 광장을 가득가득 메우며 늦깍이들의
기차여행에 맘이 들떠 있는 것 같다.
예전에도 그러 하듯 오늘도 이강희 총무가 세세히 참석자들을 일일이 체크하고 있고 김영태 회장 또한 친구들과 일일이
아침인사를 주고 받으며 오늘의 여행일정에 만전을 기하는 모습이 보인다.
오전 8시7분에 플랫폼으로 진입하는 신개념의 관광열차인 O -TRAIN의 열차를 보니 기차를 타기도 전에 벌써 기분은 UP
된다. 객차안으로 오르니 서울역에서 탑승한 친구들이 진을 치며 반갑고도 반갑게 우리를 맞는다.
청량리역을 출발하자 백용균이 준비한 참쌀떡과 영식이 부부가 밤새 만들어 놓은 달콤한 과자, 그리고 따끈한 김밥 등
아침 먹거리 공세에 먹기도 전에 포만감이 그득하다.
열차는 양평과 원주를 지나 제천역에서 치악산의 믿음직한 친구 우종익 부부와 옥수수 막걸리를 태우고 한때 광산촌으로
6,70년대를 주름잡았던 태백 광산촌의 거점역인 철암역에 도착하여 석탄박물관을 견학하며 그 시절, 그 사람들을 생각한다.
박물관에 밀랍으로 만들어 놓은 광부들이 일과후 삼겹살에 소주 한잔을 기울이며 대화를 나누는 그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아울러 산업전사 위령탑에 각인된 1940년대 부터 1990년대까지 이곳 태백 광산에서 채탄중 숨진 광부들의 연도별 순직자 이름이
새겨진 명패를 볼때 너무나 가슴이 아려옴은 어쩔 수 없었다. 그저 어쩌다 신문에서,방송에서 몇번 본 탄광촌에서 귀중한 목숨을
잃은 분들이 이렇게나 많다니???
열차는 철암역에서 경북 봉화군으로 가는 백두대간 협곡열차인 V -TRAIN으로 갈아탄다.
열차의 외벽은 빠알간 색 바탕에 투명한 유리창으로 시야를 100% 확보할 수 있도록 하여 관광열차의 본색을 여지 없이
드러낸다. 철암역을 출발하여 백두대간 협곡을 달리는 사이에 터널이 거진 반인데 기차가 터널을 통과하는 깜깜한 순간에
열차의 천장엔 하늘의 은하수 만큼이나 반짝반짝 빛나는 야광의 그림을 감상할 수 있어 이 또한 분위기 있고 센스있는
열차 디자인이라 생각된다.
코레일이 민간의 경쟁원리와 마케팅 컨셉을 도입하여 설계하고 운영하는 관광열차.
참 장족의 발전을 한 것 같다.
차륜이 앞으로 구르고 구른다.
구르는 차륜과 더불어 기쁨과 즐거움을 함께하고 슬픔과 어려움을 서로 서로 나누는 사이에 우리들도 하프라인을 훠얼씬 넘어 이제
종반을 향하여 달려가고 있다.
O -TRAIN 의 종착역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우리네 종착역은 친구도 모르고 나도 모른다.
어디로 가는지도 모를 인생의 O -TRAIN 에 동석한 요산회 친구들에게 술 한잔 권하며 이런저런 이바구로 피곤한 심신을 달래본다.
이러한 대 기획을 위하여 몇달전 부터 고생하여 주신 요산회 김영태 회장님, 이강희 총무님 그리고 진연석 대장님 과
요산회를 그 누구 보다도 사랑하고 아껴주는 우리 친구들에게 깊은 고마움 표합니다.
친구들과 함께 한 기차놀이 , 정말 즐거웁고 감사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