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변덕스런 산골 날씨와 간장달이기●겨울이 다시 온듯 온통 하얀세상이다. 알다가도 모를 산골의 날씨이다. 아침기온은 영하 5도... 내려앉은 눈꽃이 장관을 이루고 있다. 4월들어 두번째 눈꽃의 향연이랄까 미련많은 겨울의 심술이랄까?
● 어제는 비가 부슬거리며 내리다가 이내 개었다가 또다시 함박눈이 펑펑 쏟아지더니 이번에는 햇살이 쨍하고 나타난다. 그리고 바람이 차갑게 불었다. 하루 종일 이런 변덕스런 날씨가 오락가락 반복되었다. 저녁무렵부터 내린 함박눈은 결국 또 하얀 세상을 만들었다.
그런데 문득 언젠가 어느 책에서 읽었던 조선시대 학자이며 문인인 매월당 김시습의 "사청사우(乍晴乍雨)"라는 시가 생각이 났다. 당시의 어지러운 세태를 변덕스런 자연현상에 비유하여 비판하고 결국 자연으로 회귀하여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알고 있는 그 시가...
사청사우(乍晴乍雨)?
乍晴還雨雨還晴(사청환우우환청)
天道猶然況世情(천도유연황세정)
譽我便是還毁我(예아변시환훼아)
逃名却自爲求名(도명각자위구명)
花開花謝春何管(화개화사춘하관)
雲去雲來山不爭(운거운래산부쟁)
寄語世人須記認(기어세인수기인)
取歡無處得平生(취환무처득평생)?
언뜻 개었다가 다시 비가 오고
비 오다가 다시 개이니,
하늘의 도도 그러하거늘,
하물며 세상 인정이랴.
나를 기리다가
문득 돌이켜 나를 헐뜯고,
공명을 피하더니
도리어 스스로 공명을 구함이라.
꽃이 피고 지는 것을,
봄이 어찌 다스릴고.
구름 가고 구름 오되,
산은 다투지 않음이라.
세상 사람들에게 말하노니,
반드시 기억해 알아 두라.
기쁨을 취하려 한들,
어디에서 평생 즐거움을 얻을 것인가를.
● 산골아낙은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이른 아침부터 장독대에서 된장을 뜨는 것부터 시작하여 하루 종일 간장을 달이느라 고생을 많이 했다. 간장 달이는 일은 인내를 요구한다. 거품도 걷어내야하고 끓어 넘치지않게 지켜봐야 한다. 그리고 삼베천으로 걸러야 한다. 이렇게 힘들게 해야 하는 장담그기를 해마다 고집스럽게 지금껏 지켜오고 있는 산골아낙이다. 저녁무렵이 되어서야 일이 끝났다. 이런 아내에게 촌부가 해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생각하다가 떠오른 아이디어는 '간단하게 저녁준비를 하자. 주먹밥으로...' 종일 힘들게 일하고 또 저녁준비를 하려면 피로가 가중될 것 같아 조금이라도 수고를 덜어주자는 작은 배려인데 제대로 적중했다. 밥에 몇가지의 채소와 어묵을 잘게 다져서 볶아 넣고, 달걀도 부쳐 잘게 썰어 넣고, 약간의 소금으로 간하고, 참기름과 깨소금을 넣고 조물조물, 그리고 한입 크기로 동그랗게 주먹밥을 만들었다. 아주 간단하지만 한끼 식사로는 손색이 없다며 잘 먹으니 고맙다. 사실 이 아이디어는 촌부의 것이 아니고 산골아낙의 것이다. 산골아낙이 얼마전 야참으로 해준 메뉴에서 힌트를 얻은 것이다. 식사후 얼마나 피곤했었는지 산골아낙은 일찍 곯아떨어졌다. 자는 모습을 보며 안스러움과 고마움이 함께 하였다.
찬밥을 먹어도 탈이 않난다는 한식날일세.
이때쯤 간장담구기를 하는가 보지!
한여사께서 뽀식이 잘해 먹일려 정성을 집중하시는
모습 아름답네! 잘 모시고 더큰 정성으로 받드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