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봄마중이른아침 산책을 나가려고 현관을 나섰더니 공기가 심상치않았다. 지붕위에 또 서리가 하얗게 내려앉았다. 요즘 봄마중하고 있는 촌부를 비웃기라도 하는 듯하다. 기온은 영하 2도... 요즘 여기저기에서 지인들의 꽃소식이 날아드는데 이곳 산골은 느닷없이 기온이 곤두박질을 하였다. 태평이에게는 미안하지만 산책은 뒤로 미루고 산골아낙이 일어나기전에 난로에 장작불을 지펴 따뜻하게 덥혀 놓기로 하고 집으로 올라왔다.
촌부에게는 요일 개념이 없다. 아니 주말이란 구분이 없다는 것이 더 맞는 표현일 듯하다. 그러다보니 어떨때는 실수아닌 실수도 하곤 한다. 엊그제 금요일 도시에서 학교를 다니는 조카딸내미가 주말이라 집에 다니러 왔었다. "이모부 안녕하세요? 저 왔어요."하고 인사를 하는데 주말인지도 모르고 "오늘 수업없나?" 했더니 "주말이잖아요?ㅎㅎ"하며 깔깔다고 웃었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사는지 원...
그러고 보니 토, 일, 월요일이 다섯번씩이나 들었던 3월도 오늘이 마지막 날이다. 새삼 시간이 너무 빠르다는 생각을 또 하게 된다.
비가 내린 뒤라서 그런지 주변은 빠르게 변해가고 있다. 나무에는 움이 트고 땅에는 온갖 야생초들이 새싹을 선보이고 있다. 하루가 멀다하고 쑥쑥 잘 자라는 모습들이 귀엽게만 보인다. 불과 며칠사이에 앙증맞게 꽃몽오리가 솟아 난 처녀치마는 꽃이 곧 필 것 같다. 괭이눈은 이미 소롯이 꽃을 피웠다. 잎인지 꽃인지 구분은 못하지만 노란색과 연두색의 조화로움이 이만한 것은 없을 것 같다. 여기저기 보이는 민들레도 잎이 부쩍 자랐다. 아직은 잎을 따기는 이르지만 얼마 안 있어 민들레 겉절이를 맛볼 수 있을 것 같다. 바람꽃도 조만간 아주 작은 모습으로 선보일 듯하다. 아마 초봄에 피는 꽃중에 가장 작은 모습이라 자세히 살펴야 보이는 꽃인데 빨리 보고 싶다. 잎이 무성해진 것을 보니 노란 양지꽃도 곧 필 것 같다. 초봄에는 아주 작은 모습에다 앙증맞은 꽃을 피워 즐거움을 주는 야생화들을 살펴보는 쏠쏠한 재미에 푹 빠져드는 촌부는 봄마중으로 바쁘다.
매년 보지만 세상은 살만 하다니까. 뽀시기 바뻐 지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