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우후죽순(雨後竹筍)이라더니...
2026년 4월 5일 일요일
음력 丙午年 이월 열여드렛날
오후까지 내린다던 비가 오전에 그친 어제였다.
오늘은 아침이 꽤 쌀쌀하다. 하루사이에 또다시
차가워진 것일까? 아침 기온이 영상 2도, 가던
겨울이 다시 심술을 부리는 듯하다. 산골의 봄은
참 힘들게 오는 듯하다. 젠장이라고 중얼거린다.
그렇긴 하지만 산골에도 분명 봄날은 오고있다.
우후죽순(雨後竹筍)이라더니 어제 내린 비가
자양분이 된 것 같다. 쑤욱쑤욱 사방에 새생명이
돋아나고 있으니... 어제는 외출복을 갈아입지를
않은 하루였다. 비가 내리는 아침나절의 정경이
너무나 좋았다. 봄을 재촉하며 내리는 비였기에
그랬다. 딱히 외출할 일도 없어 양말도 신지않고
집안과 마당을 드나들었다. 하도 무료한 오후에
잠시 봄을 찾아서 단지 구석구석을 둘러본 것이
하루일과의 전부이다. 몸도 마음도 참 한가롭고
참 여유로운 날이었다고 할까?
전날 마당에 심어놓은 수선화와 라벤더가 궁금해
몇 번을 들락거렸다. 라벤더는 괜찮은데 실내에서
자란 수선화는 잎과 꽃대까지 나와 위로 빳빳하게
서있어야 하는데 대부분 축 늘어져 널부러진 듯한
모습이라 안스럽게 보였다. 비를 흠뻑 맞았으니까
괜찮을 것이라고 스스로 위안을 삼긴 했으나 내심
걱정스러워 "하메나 하메나 일어났을까?" 하면서
들락거린 것이다. 식물은 나름 생육 특성이 있기에
일어날 것이라고는 생각을 하는데 그래도 자꾸만
확인을 하고싶은 조바심이 동(動)했던 것이었다.
비가 얼마만큼 내렸는지는 모르지만 시냇물이 꽤
불어나 졸졸졸거리는 소리가 제법 크게 들려왔다.
집에서 밖에만 나가면 시냇물 흐르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음은 참 좋다. 윗쪽으로 민가도, 밭도 없으니
이 물은 흔히들 말하는 산삼 썩은 물이겠지 싶다.
그만큼 오염되지않아 맑고 깨끗하고 시원한 물이
산골집 시냇물이다. 봄의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밭은 텅빈 모습이지만 나물밭에는 서서히 색깔이
녹색으로 변해간다. 푸르름이 좋은 세 군데의 밭,
명이나물(산마늘)을 심은 밭이다. 농작물 기르는
밭과는 달리 한번 심어놓기만 하면 손이 가지않을
뿐더러 수확만 하면 되는 것이라서 참 좋다. 또한
씨앗을 받지않고 두면 그냥 저절로 번식을 하기에
밭을 늘리려면 어린 모종을 솎아 옮겨심기만 하면
된다. 명이나물밭이 세 군데가 된 것도 옮겨심기
두 군데, 씨앗을 받아 뿌려 번식시킨 밭 한 군데가
있고 또 한 군데는 씨앗을 뿌려놓았는데 두 해만에
새싹이 올라온다. 내년엔 네 군데의 명이나물밭이
될 것이다. 여기도 쑤욱쑤욱, 저기도 무럭무럭이다.
또 있다. 우리 부부가 좋아하는 야생화들도 새싹이
여기도 쑥쑥, 저기도 쑥쑥이다. 모두다 제각기 다른
특유의 모습이라서 살피고 관찰하는 재미가 아주
쏠쏠하다. 신기하고 오묘한 모습이라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여기도 기웃 저기도 기웃하며 야생초
관찰 삼매경에 푹 빠져들었다. 밥먹으라는 부름에
집으로 들어왔다. 밥상이 한상 그득했다. 밥은 늘
그랬듯이 잡곡밥, 국은 밭에서 무우를 길러 무청을
분리하여 말린 시래기로 끓인 구수한 시락국이고
짠지무우냉국, 민들레 어린잎 겉절이, 쪽파김치,
고향 친구가 보내준 돌미역 초무침, 둘째네가 부친
는쟁이냉이부침개, 대패 목살구이와 상추, 쌈장을
차려놓았다. "누구 생일이가? 뭘 이리 많이 차려
놓았는고?"했더니, "고마 주는대로 묵어라!"란다.
절대 음식 까탈이 없는 촌부, 맛있게 잘 먹었다.
식사후 거실에서 이만기의 '동네 한 바퀴' 부산편
TV프로그램을 보고있는데 구수한 빵냄새가 났다.
아내가 얼마전 떡&브레드 메이커를 구입했다더니
드디어 빵을 굽는구나 했다. 한참 뒤에 다 됐다고
하여 주방으로 갔더니 식빵을 구워놓은 것이었다.
정말 그럴듯한 식빵이었다. 커피와 함께 먹었는데
맛도 아주 좋았다. 둘째네에 반쪽 갖다주고 다시
반쪽으로 나눠 아내와 함께 먹었다. 주말 저녁에는
어김없이 도시에서 사는 아들 녀석의 안부 전화가
오는데 아내가 아들에게 자랑을 늘어놓고 있었다.
그랬더니 아들이 요즘 유행하는 '상하이 버터떡'을
한번 만들어 보라고 했단다. 다음번 도전과제라며
웃었다. 이렇게도 좋아하는데 떡&브레드 메이커를
진작에 사줄걸 그랬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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