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봄비 내리는 날에...
2026년 4월 4일 토요일
음력 丙午年 이월 열이렛날
지난 밤부터 시작된 듯한 비가 내리는 아침이다.
비가 내려서인지 이른 아침 기온이 여느 날과는
달리 꽤 높다. 영상 7도, 올봄에 들어 가장 높은
산골의 아침 기온이다. 생각컨데 분명 오늘 비는
봄을 맞이하는 비, 봄을 재촉하는 비가 틀림없을
것이라 여겨진다. 때마침 주말이라 이른 아침에
주룩주룩 내리는 빗소리가 감미로운 음악을 듣는
것 처럼 느껴진다. 여유로움을 누리는 아침이다.
오늘 비는 종일 내리고 늦은 오후쯤이 되어야만
그칠 것이란 예보다. 이래저래 한가롭게 여유를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오늘은 탱자탱자 놀까나?
요즘 아이들이 잘 쓰는 말이며 대충 무슨 뜻인지
알고는 있었고 또한 신조어로만 알고 있었는데
사전에 '일 없이 빈둥거리는 모양을 나타내는 말'
이라고 정의하고 있는 것을 오늘에서야 알았다.
격일로 나가는 식물원은 하루가 다르게 변모하는
모습이다. 멀리서 바라보면 아직 푸르름이 없는
그저 훵한 숲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다가가보면
새생명들이 돋아나고 꽃도 피어있다. 야생초들은
조용히 다소곳하게 세상에 나오면서 봄을 알리는
것이다. 우리네 사람들처럼 요란스럽지가 않다.
비록 말없는 식물일지라도 저희들끼리는 소통을
하겠지 싶다. 우리가 들을 수 없는 뭔가가 분명히
있으리란 생각을 하게 된다. 쌩뚱맞고 쓰잘데기
없는 생각이긴 하지만 말이다.
봄이 제대로 안온다고 중얼거리고 넉두리를 하곤
했지만 이 산골에도, 식물원에도 이미 와있는 걸
모르고 너스레를 떨었던 것 같다. 하기사 봄날에
돋아나는 야생초의 새싹이나 야생화들은 무릎을
구부려 쪼그리고 앉아 살펴야 하는 것이라 얼핏
봐서는 모르고 스쳐지나가기가 일쑤이다. 그래서
이 봄날의 야생초, 야생화는 다소곳하고 앙증맞은
자그마한 모습으로 세상에 나타는 것이 아닐까?
어쩌면 겸손하기까지한 것이 봄날의 야생초라고
이 촌부는 생각을 하는데...
어제 식물원에서는 탐방로 정비를 하다보니 꽤나
많은 야생초가 돋아나고 꽃이 핀 야생화도 보였다.
그 중 몇 가지 들먹여보면, 한계령풀과 현호색은
꽃이 피었고 봄을 가장 먼저 알리는 꽃, 복수초는
이미 꽃이 지고 잎이 무성하다. 짚신에 씨앗이 잘
붙는다고 하여 이름을 붙인 악용식물인 짚시나물,
식용나물로도 먹는 원추리와 을릉산마늘도 잎이
꽤 많이 자라있다.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산마늘,
다른 이름으로 명이나물이라 하는데 두 종류이다.
잎이 넓고 둥근 모양의 울릉산마늘과 잎이 다소
길쭉한 모양으로 향이 진한 오대산산마늘이 있다.
특히 어제 관찰한 대표적인 야생화는 깽깽이풀,
아직 만개할 시기는 아닌데 양지바른 곳에는 활짝
핀 꽃을 볼 수 있었다. 이름이 특이한 우리 야생화,
이름의 유래는 개기침 소리 '깽깽'에서 유래했다는
설, 꽃이 듬성하게 무리지어 자라는 모습이 깽깽이
걸음을 연상시킨다는 설이 있다. 이름과는 다르게
무리지어 피어있는 모습이 정말 예쁘고 아름답다.
이렇게 야생화 관찰을 하면서 꽃을 공부도 하기도
하면서 일을 할 수 있음이라서 참 좋은 일자리다.
아침에 일을 나갈 때만 해도 꽃몽오리가 오무라진
모습이었는데 오후에 일을 다녀왔더니 복수초가
꽃몽오리를 터트린 모습이었다. 너무나 반가웠다.
드디어 산골집에도 예쁘게 복수초 꽃이 핀 것이다.
오후 2시반의 기온은 영상 15도, 비록 아침으로는
영하의 기온에 서리가 내리지만 그런대로 추위를
잘 견디는 내한성(耐寒性) 강한 수선화와 라벤더
모종을 새로 만든 화단에 옮겨심어도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때마침 비도 내릴 것이란 예보가
있어 심으면 활착이 잘 될 것 같아 곧바로 심었다.
수선화는 비닐하우스에 있던 것이라 그런지 옮겨
심었더니 잎파리와 꽃대가 서있지 못하고 늘어져
축 처진 모습이다. 물을 듬뿍 주긴 했지만 밤부터
내린 비를 맞았으니 활착이 되면서 살아나겠지?
초등학교에서 일을 마치고 돌아온 아내가 현관에
앉아 뭔가를 다듬고 있었다. 민들레 어린잎이었다.
해마다 이맘때 새봄에는 민들레 어린잎을 뜯어서
갖은 양념으로 버무려 겉절이를 해먹는데 올해도
어김없이 아내가 학교에 가기전 오전에 단지에서
조금 뜯었단다. 아직 어린 새잎이라 쓴맛이 덜하고
향긋한 맛이다. 다른 반찬이 없어도 밥 한 그릇은
뚝딱이다. 민들레 어린잎 겉절이를 먹게 되면 바로
봄이다. 산골에도 이렇게 새봄이 왔다.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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