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월 대보름날에...요즘 촌부의 큰 일은 산판일이다. 뒷산에 베어놓은 나무를 집으로 끌어다 놓는 일... 지난 며칠동안 눈이 내려 그 일을 못했다. 어제는 눈이 그친 뒤라서 날씨가 좋았다. 영동지역은 유례없는 아흐레나 이어진 폭설때문에 고생이 많다고 한다. 영동지역에 인접한 우리고장 평창은 그나마 다행히다. 산에 올라가보니 눈이 조금 녹기는 했지만 그래도 발목까지 푹푹 빠진다. 날씨가 좋으니 나무를 끌어내기로 하고 종일 집으로 나르는 작업을 하였으나 어찌나 무거운지 얼마되지 않는다. 워낙 베어놓은 나무가 많아서 언제나 다 끌어 내릴지 모르겠다. 봄이 오기전에 모두 나르는 작업을 마쳐야 한다. 주인이 봄이 오면 마가목 묘목을 심는다고 하고 여러종류의 나무와 야생초들이 싹을 보이기전에 마쳐야 한다. 이것도 촌부의 자연사랑이라고 생각하기에 마음이 바쁘다.
이른아침 일어나니 산골아낙이 부럼을 깨물라고 하였다. 엇그제 사다놓은 땅콩이다. 정월대보름날에 하는 옛풍습이다. 어제 저녁에는 갖가지 나물에다 오곡밥을 해먹었다. 옛말에 "설은 나가서 쇠어도 정월대보름은 집으로 들어와서 쇤다."고 하였는데 멀리 도시에 나가서 사는 아들녀석이 생각난다며 산골아낙은 중얼거렸다. 아들몫이라며 부럼도 하나더 깨물어라고 하였다. 이런 풍습을 요즘 젊은이들이 과연 이어나갈지는 모르겠다. 어릴적엔 더위팔기를 하며 친구들을 놀리기도 하였는데 여기 산골은 더위보다 추위가 심하니 더위대신 오늘 추위를 팔아볼꺼나...
50년 세월이 수백년 전설같아. 앞으로의 시간은 촌음을 아껴 서로 위하고 사랑하며 살아가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