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2026년 처음 만난 야생화, 복수초
2026년 3월 10일 화요일
음력 丙午年 정월 스무이튿날
3월도 어언 열흘, 초순이 지나간다.
상고대가 생겨 온세상이 하얗고 몽환적이다.
영하 5도의 차가운 기온과 간밤에 흩날린 눈발
그리고 새벽녘에 내려앉은 서리의 합작품이다.
여기에 아침 안개까지 합세를 하니 더 멋지다.
산골에 살다보니 이런 멋진 풍광을 접하게 된다.
겨울이 오늘처럼 이만큼이라면 좋겠구나 싶다.
스마트폰 카메라가 영 신통찮아 이 멋진 풍광이
잘 찍히지가 않는다. 많이 아쉽지만 어쩌겠는가?
내 눈으로 보고 내 마음속 한 켠에 저장해 놓았다.
어제는 식물원에서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했다.
아직 식물원은 겨울이다. 곳곳에 눈이 쌓여있다.
탐방로에 쌓인 눈을 대충이라도 치워야만 했다.
이제 눈은 히마리가 없다. 그래서 힘들지는 않다.
그러면서 겨우내 눈보라 특히 습설과 강풍으로
인해 부러진 나뭇가지를 꺼내 한 곳으로 옮겼다.
소나무 가지는 무거운 습설에 찢어진 것이 분명
했다. 눈의 위력이 그렇게 무서운 것이다. 그렇게
나뭇가지를 모았더니 양이 장난 아니었다. 퇴근
직전에 식물원 직원이 와서 싣고갔다.
눈쌓인 탐방로를 뽀드득뽀드득 소리내며 걸었다.
뒤를 돌아보니 내 발자욱이 나를 따라오는 듯했다.
누가 보면 그냥 산책을 하는 것으로 보일 테지만
우린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탐방로 점검을 하는
것이다. 병아리꽃나무 앙상한 가지끝에 앙증맞은
까만 열매가 눈에 띄었다. 이 녀석들은 아직까지도
무슨 미련이 그리 많은지 머잖아 새싹이 돋고 하얀
예쁜 꽃이 필 텐데 열매를 떨구지 못하고 있을까?
확실한 것은 아니지만 새잎과 꽃이 피면 떨구는 것
아닐까 싶었다. 자연은 별의별 현상이 많으니까.
얼마나 걸었을까? 양지바른 곳은 눈이 다 녹았다.
저만치 노란색이 보였다. 발걸음을 빨리 재촉하여
다가갔다. 바로 복수초 군락지이다. 겨울 끝자락에
눈과 언땅을 뚫고 나와 가장 빨리 먼저 예쁜 꽃을
피우는 야생화가 바로 복수초 꽃이다. 참 반가웠다.
이내 다리를 굽히고 앉은 자세로 살피며 감상했다.
2026년 새해 자연에서 처음 만나는 꽃, 복수초다.
식물원에는 몇 군데 복수초 군락지가 있긴 하지만
여기 이곳이 가장 먼저 핀다. 산기슭 양지바른 곳,
서식하기에 알맞은 곳이라서 그런 것이겠지 싶다.
기분좋은 마음에 동료들을 불렀고 알량한 솜씨의
사진이지만 몇 컷찍어 식물원 직원에게 보냈더니
고맙다는 인사를 받았다. 이제 식물원의 야생초들
관찰일기가 시작되었다고나 할까?
어제 아내의 고추장 담그는 모습을 보다가 언젠가
아내가 쓴 '장독대'라는 그 시가 생각났다. 촌부의
지나간 일기장을 뒤져봤더니 어언 14년이 지나간
것이었다. 2012년 이맘때 쓴 것을 촌부 일기장에
보관을 해놓은 것이라 다시금 꺼내 아내의 마음을
읽어보고 오늘 일기에 또다시 옮겨본다.
장독대
한상숙
나의 보물단지 장독대가
깊은 겨울잠에 빠져들었다.
소복히 쌓인 눈을 솜이불 삼아,
내년봄 시냇물이
졸졸 소리내어 깨울 때까지....
지난봄
맑은 물소리와 고운 새소리
바람에 흔들리는 풍경소리에
간장은 맛이 깊어가고
노오란 송화가루와
야생화 꽃향기에 취해
된장이 저절로 익어가네.
한여름의 강렬한 햇살과
태풍의 비바람까지도
옹기종기 항아리에 녹아들어
한층 더 성숙한 맛으로 거듭나지.
가을 하늘의 푸르름과
오색의 단풍까지 품어안고
강원도의 긴 겨울을
동면으로 이겨내려는 듯
눈속에 꽁꽁 숨어버렸네.
내손으로 빚어낸 보물들아!
겨울잠 푹 잘자고
내년봄 기지개 펴고
맛있게 만나자.
https://band.us/band/7070781/post/4305984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