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말날, 고추장 담그는 날 그리고...
2026년 3월 9일 월요일
음력 丙午年 정월 스무하룻날
3월 초순의 막바지임에도 불구하고
아침 기온이 영하 5도에 머무르는 오늘,
아내는 오늘을 고추장 담그는 날로 정했다.
세시풍속에 음력 정월 중 ‘말(馬)’이라는 의미의
‘오(午)’ 자(字)가 들어간 날을 말날(馬日)이라고
하여 길일(吉日)이라고 한다. 특히 간장, 된장을
비롯 고추장을 담그는 날로 택하는 풍습이 있다.
구닥다리 산골 아낙, 아내는 오랜 세월 이 풍습을
믿고 실천에 옮기는 것을 고집하고 있다.
요즘 세상에 장류(醬類)를 손수 담가 먹는 집이
얼마나 될까? 시장이나 마트에 가면 온갖 종류의
간장, 된장, 고추장이 넘쳐난다. 그렇기는 하지만
아내는 결혼 이후 지금껏 장류를 사먹는 일 없이
꼬박꼬박 담가 먹게 한다. 대단한 고집이지 싶다.
사실 간장, 된장, 고추장을 담그는 일이 생각보다
쉬운 일은 아니다. 뿐만아니라 담그는 이의 마음,
정성이 담겨야만 맛있는 장류가 된다는 생각이다.
아내의 말에 의하면 사먹는 장류의 재료 함유량을
보면 메주, 고춧가루의 함량은 믿기지 않을 만큼
소량이고 부재료가 차지하는 비율이 더 높단다.
그래서 다소 힘들긴 하지만 집에서 담가 먹는 것을
고집하는 이유이기도 하단다. 더불어 우리 고유의
전통을 이어가는 것이라서 뿌듯하고 흐뭇하면서
나름 사명감까지 느끼기도 한다면서 으쓱해 한다.
이런 아내가 무척이나 고맙고 사랑스럽다.
근래 영화관람을 비롯한 문화생활이 꽤 잦다.
나름 일상의 좋은 현상이라 여기며 즐긴다고 할까?
오랜 세월 함께하여 그런지 아내 취향이나 촌부의
취향이 꽤 비슷하다. 하긴 연애시절부터 시작하면
반백년, 50년이 넘었으니 그럴 만도 하겠지 싶다.
지난 2월 '휴민트', '왕과 사는 남자'에 이어 어제는
'햄넷'을 관람했다. 아내가 보고싶어 하던 영화이다.
하지만 영화관은 썰렁했다. 우리 둘을 포함 관객이
8명이었던가? 요즘 세간을 떠들썩하게 하는 영화,
'왕과 사는 남자'의 위세에 밀려 그런 것이지 싶다.
우리는 진잔한 감동을 얻는 이런 영화를 좋아한다.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이야기가 담겨 좋다고 할까?
이 영화는 영국 대문호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작품,
세기의 비극을 그린 '햄릿'의 뒤에 숨겨진 가장 깊은
삶의 기록을 묘사한 영화라고 한다. 감명깊게 봤다.
영화 소개 글을 대충 간추려 옮겨본다. 자연 속에서
자유롭게 살아오는 ‘아녜스’는 마을에 새로 온 교사
‘윌리엄 셰익스피어’와 사랑에 빠져 가정을 이룬다.
어느 날, 두 사람에게 예기치 못한 비극이 찾아오고
삶에서 가장 소중한 자식 잃은 참혹한 상실의 고통
속에서 두 사람은 각자의 방식으로 상처와 비극을
극복하게 된다는 줄거리이다.
https://band.us/band/7070781/post/4305984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