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3월의 설경, 정월 대보름의 추억
2026년 3월 3일 화요일
음력 丙午年 정월 열닷새 정월 대보름날
어제 아침나절 시작된 3월 초순의 눈은 온종일도
모자라 밤새 내린 모양이다. 세상이 온통 하얗다.
낮에는 영상의 기온이라 내리면서 녹았지만 밤엔
기온이 떨어져 내리는 대로 쌓인 것이다. 습설이다.
한겨울에 눈이 내리는 것은 부담스러워 무척이나
싫어했다. 허나 3월 초순에 내리는 눈은 이상하리
만큼 싫은 느낌보다 설경이 너무 멋지고 아름답다.
하얀 세상, 설경과 함께하는, 3월의 크리스마스와
같은 정월 대보름날을 맞이한다. 기온은 영하 1도,
지금 5시에도 눈이 내린다. 과연 얼마나 내렸을까?
이렇게 많은 눈은 올겨울 손가락 안에 들 것 같다.
어제로 두 달간의 시니어클럽 겨울방학이 끝났다.
오늘 첫날은 오전 10시 장평에서 단체교육이 있어
나가야 한다. 폭설 소식에 어제 늦은 오후 자동차를
아랫쪽에 내려다 놓았다. 혹시나 눈이 쌓여 못내려
가면 어쩌나 싶어서 그랬는데 아주 잘했구나 싶다.
한겨울도 아니고 3월 초순임에도 불구하고 폭설로
인해 애마 효붕이를 외박을 시키다니 원...
오늘은 정월 대보름날이다.
오랜 옛부터 전해 내려오는 세시풍속에서 말하는
명절이다. 농경사회에서 비롯된 것이라 모든 것이
자연, 농사, 건강과 밀접한 연관성이 있는 것 같다.
오곡밥을 짓고 아홉 가지 나물 반찬을 만들어 먹는
것과 땅콩, 밤, 호두 등 딱딱한 껍질의 과일을 먹는
풍습은 분명 건강을 기원하는 것이다. 뿐만아니라
쥐불놀이, 달집태우기, 윷놀이 등 놀이문화도 모두
풍년을 기원하는 의미가 내재된 것이라 여겨진다.
저 머나먼 남쪽 바다에 떠있는 큰 섬, 고향 보물섬
남해에서 자랄 적의 정월 대보름날 풍습이 아련히
떠오른다. 12살에 고향을 떠나왔지만 70이 넘은
지금까지도 고향에 대한 향수심이 남달라 그런지
거의 기억하고 있다. 말씨는 물론 일상, 풍습까지...
수많은 풍습들 중에 지금도 기억하고 실제로 재연
하고 있는 것도 있고 점점 잊혀져가는 것들도 있다.
대보름날 전날 밤에는 밤새 호롱불을 밝혀두었고
전날 저녁에 오곡밥과 아홉 가지 묵나물을 먹었다.
아침에는 찬물로 세수하고 먼저 부럼을 깨물었고
맨손에 쥔 김으로 밥을 집어 복쌈을 먹었다. 또한
대보름날에는 아홉 짐의 나무를 해오고 오곡밥을
아홉 번 먹는다는 말이 전해오고 있으나 그러지는
못했다.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겨우내 날리며 놀던
연은 연줄에 사기나 유리를 깨 가루로 만들어 풀에
섞어 묻힌 다음 연싸움을 하거나 마지막에 연줄을
끊어서 멀리 날려보내곤 했다. 지금이야 그 의미를
알지만 그 당시엔 당연히 그렇게 하는 줄로 알았다.
또한 친구들을 만나면 먼저 이름을 부르는 사람이
"내 더위 사가라! 내 더위 가져가라!"라고 하면서
더위를 팔며 놀렸던 그 기억이 새롭게 다가는 온다.
요즘 세상에는 사라지고 없어진 추억이라고 할까?
촌부도 아내도 구닥다리라서 아직도 옛 세시풍습을
이어가며 지켜가고 있다. 오곡밥, 아홉 가지 묵나물,
복쌈, 부럼깨기, 귀밝기 술이 전부이기는 하지만...
아침에 일어나 찬물로 세수하고 복쌈을 싸먹었다.
부럼으로 피땅콩을 깨물어 버렸다. 아내는 도시에
있는 아들 몫까지 두 번을 했다. 귀밝기 술은 어제
저녁식사때 마셨다. 아내가 정성껏 만든 오곡밥과
시래기, 취나물, 눈개승마, 잔대순, 망초순, 시금치,
고구마순, 무우나물, 콩나물로 무쳐놓은 아홉 가지
묵나물이 정갈하고 깔끔하여 맛이 좋고 향도 좋다.
우리는 이렇게 고유의 세시풍습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