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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부의 단상

[촌부의 단상] 

둘러치나 메치나...


2026년 2월 22일 일요일

음력 丙午年 정월 초엿샛날


정말 오랜만에 비가 내린다는 예보이다

오늘 오게 될 비를 겨울비라고 해야할까?

아님 봄을 재촉하는 단비라고 해야할까?

"아따야, 비가 온다니 기분좋고 기다려지네!

 겨울이 가는 긴가, 봄이 오는 긴가 모리겠네?"

라고 혼자 중얼거렸더니만 아내가 들었는지?

"여보시오! 둘러치나 메치나 그 말이 그 말이지!"

라며 소리를 꽥 질렀다. 그 말에 놀라 기겁하면서

"이 할마시, 와 말을 엿듣고 제랄인고 모리겠네?"

했더니, "엿듣기는? 할배 소리가 크게 들렸다니!"

혼자서 했던 그 말이 중얼거림이 아니었는갑다.

우쨌거나 눈이 아닌 비가 오는 것은 좋은 것이다.

오늘은 수원에 다녀와야 하는데 빗길이 되려나?


오늘은 영상 1도, 어제는 일교차가 꽤나 심했다.

영하 5도의 아침이 겨울이었다면, 한낮 기온은

무려 12.5도까지 치솟았고 봄날처럼 느껴졌다.

이제 그늘이 지는 응달이나 산기슭에 눈이 조금

남아있을 뿐이고 거의 다 녹았다. 겨우내 깊숙히

얼었던 땅이 서서히 녹는다. 따스한 햇볕에 밭도,

길바닥에도 녹아 물이 질질 흐르고 질퍽거린다.

오래전 마을 사람들에게 전해들은 말에 의하면

한겨울 우리고장은 지면 아래로 약 1m 가까이

얼어붙는다고 했다. 그렇다보니 날씨가 완전히

풀리기전 요즘엔 녹은 물이 땅속으로 스며들지

못하고 윗쪽으로 흘러나와서 질퍽거리게 된다.

겨울이 갈 채비를 하고 봄기운이 꿈틀거린다는

징조이고 기미라고 해야겠지?


할 일도 없는데 질퍽거리는 땅바닥을 저벅저벅

걸어다니며 여기저기 기웃거렸다. 누가 봤더라면

뭐하냐고 했을 것이다. 아직까지 야생초가 나올

시기는 아니다. 하지만 이 무렵에 찾는 야생초가

있다. 바로 '백리향'과 '처녀치마'라는 야생초이다.


백리향은 오래전부터 우리 단지에서 기르고 있는

지중해産 허브 타임(Thyme)과 유사한 종류지만

지금 마당에 키우는 것은 우리나라 자생식물이다.

꽃향기가 백리까지 간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2년전 모종 다섯 그루를 얻어다 심은 것인데 꽤나

많이 번식을 했다. 그런데 이 녀석들이 눈속에서도

잎파리의 녹색을 잃지않고 그대로 있는 것이었다.

자료를 찾아보니 우리나라 한반도의 고산지대와

만주벌판, 시베리아 凍土에서 자라는 야생초라고

한다. 그래서 한겨울에도 눈속에서 꿋꿋한 모습을

간직하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싶다. 참 반가웠다.

봄이 되면 또 사방으로 기듯이 번식을 할 것이고

여름이 오면 향이 짙은 자그마한 꽃들이 필 것이다.


지금쯤이면 처녀치마도 보이겠지 싶어 찾았더니 

지난해 자라던 그 자리에서 푸르름의 낡은 잎으로 

자리하고 있었다. 눈속에서 긴 겨울을 이겨낸 것, 

겨울에도 잎이 그대로 남아 있는 상록성 여러해 

살이풀이다. 눈이 녹자마자 꽃대가 올라와 이른  

봄이면 산에서 가장 먼저 만나는 꽃 중 하나이다. 

꽃은 아래를 향해 달리며, 치마자락처럼 둥글게

퍼져 우아한 느낌을 주는 우리나라 야생화이다.

잎파리가 둥글게 퍼진 모습이 처녀의 치마처럼

생겼다고 하여 처녀치마라고 붙여진 이름이다.

아직은 꽃이 피지는 않았지만 머잖아 필 것 같다.

처녀치마의 특이함은 지금 잎파리 속에서 꽃대가

나와 꽃을 피우고 진 다음 헌잎은 사라지고 새로

잎이 나와 다음해의 겨울을 견디게 되는 것이다.

대부분의 야생초는 헌잎이 지고나서 해가 지난후

봄에 새잎이 나오지만 처녀치마는 같은 해, 한해에

헌옷을 새옷으로 갈아입는 특이한 야생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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