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겨울비가 내리던 날에...어제는 아침부터 부슬부슬 이슬비가 내리다가 오후부터는 마치 장맛비처럼 주룩주룩 거세게 내렸다. 겨울비가 이렇게 내리는 것은 근래에 본 기억이 별로 없다. 겨울비치고는 꽤나 많이 오래 내렸다. 영상의 기온이라 눈이 아닌 비가 내려 그나마 다행이라 생각하겠지만 그게 아니다. 문제는 내리던 비가 차가운 밤기온에 유리바닥처럼 얼어붙는다는 것이다. 저녁무렵 잠시 마을에 내려갔다가 걸어서 올라오다보니 미끄러워 걸을 수가 없을 정도였다. 차라리 눈이 내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촌부의 외출모습은 가관이라 보기가 아주 어색할 정도였다. 비가 내리는데 두터운 겨울외투에 아이젠이 부착된 방한화를 신었고 털장갑을 끼고 우산을 받춰들고 비를 맞으며 걷고 있었다. 이 겨울에 어울리지가 않는 모습이라고 하는 것이 맞을듯 싶다. 그나저나 오늘도 차가운 날씨에 길바닥이 얼어붙어 자동차가 내려가는 것도 걸어서 내려가는 것도 힘들것 같다. 도대체 한겨울에 이게 무슨 현상인지 모르겠다. 자연의 심술인가?
겨울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밤 산골아낙이 "오늘 야식은 뭘로 하시겠수? 비도 내리고 하니 따끈따끈한 단팥죽은 어떠슈?" 하기에 마음속으로는 "이렇게 비내리는 날에는 김치부침개에 소주한잔이 닥상이지."하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냥 "단팥죽 좋~지!"라고 하였다. 아무래도 하루쯤은 술을 쉬는 것이 좋을 듯하였다. 섣달그믐날에는 아우와 아들녀석, 조카들과 마셨고 설날 저녁에는 동서들과 함께 마셨으니 사흘 연달아 마시는 것은 무리일 것 같았다. 잘 생각했구나 싶다. 냉동시켜두었던 팥앙금에 찹쌀가루로 새알심을 빚어넣고 끓여서 삶은 밤을 넣고 잣을 띄워 먹으니 달콤하고 고소한 맛이 그만이다. 거기에 시원한 동치미를 곁들이니 한층 더 맛을 더했다. 그리고 살얼음이 서걱거리는 식혜로 입가심을 하여 개운하고...
술안주로 최고네. 걸르면 않돼.
금년엔 뽀시기도 며느리 보구 손주도 봐라.
아들님 말 안 들면 양자들여라 가족있는 양자.
손주도 있으면 더 좋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