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아들과 추억 만들기
2026년 2월 16일 월요일
음력 乙巳年 섣달 그믐날
음력 섣달 그믐날, 날씨예보엔 영하 5도라는데
우리집 온도계는 영하 2도에 멈춰있는 수은주,
어느 것이 맞는 것일까? 상관할 바는 아니지만
다행인 것은 바람이 잠잠해 춥다는 느낌은 없다.
어제 이른 아침에 아들 녀석이 산골집에 왔다.
설날에 앞서 어미, 아비 결혼기념일이라 축하를
한다며 이것저것 바리바리 챙겨왔다. 하나뿐인
자식이라 집에 온다고 하면 저만치 아랫쪽 카페
주차장에 내려가 기다리곤 한다. 기다리는 시간
마저도 설레임이고 기쁨이다. 그 옛날 부모님도
이러셨을까? 아마도 그러셨을 것이라 여겨진다.
부모를 만나러 오는 자식이나 자식을 기다리는
부모나 다 같은 마음이니까...
새벽에 출발해 그다지 고생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럼에도 피곤했는지 아님 집에 왔다는 안도감
때문인지 오전내내 잠에 빠진 아들 녀석을 보는
마음은 안스럽다고 말하는 아내, 옛 어르신들의
말씀이 틀림없구나 싶다. 자식을 바라보는 모든
부모의 마음은 나이가 적든 많든 어리게 보니까
말이다. 부모의 마음은 다 그런 것이구나 싶다.
옛날과 달리 모든 것이 풍부하고 풍족한 시대에
맞이하는 명절이긴 하지만 자식에 대한 애틋한
부모의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다름없는 듯하다.
아들 녀석이 점심에 외식을 나가자고 했다.
이따금씩 가는 멀리 대화읍내에 있는 고깃집에
갔다. 도시에는 더 많은 더 다양한 음식점이 있긴
하지만 이 집 고기가 훨씬 더 맛이 좋다고 말하는
아들, 그래서 녀석이 오면 꼭 이 집에 들리곤 한다.
아들 덕분에 운전을 하지않아도 되는지라 모처럼
밖에서 그것도 대낮에 낮술을 한잔 걸치게 되니까
이또한 기쁨이었다. 왜 그런지는 모르지만 아내가
컨디션이 조금 안좋다며 그렇게 좋아하는 음식을
제대로 못먹어 안타깝긴 했지만 그래도 모처럼의
가족 식사는 즐겁게 마칠 수 있었다.
식사후 아들 녀석이 부모님 결혼기념일인데 어디
가까운 곳으로 바람이나 쐬러 가자고 했다. 어디를
갈까 망설이다 녀석이 가까운 영월에 다녀오자고
했다. 우리는 일 때문에 영월에 몇 번 다녀왔지만
아들은 못가봤다고... 영월은 단종의 슬픈 역사를
간직한 고장이긴 하지만 볼거리가 많은 고장이다.
먼저 청령포로 향했다. 명절 연휴라서 그런지 엄청
많은 관광객들로 붐볐다. 나룻배를 타고 건너편의
소나무숲으로 들어가 단종의 애틋한 마음을 느껴
보려고 했으나 나룻배를 타려는 관광객 대기줄이
엄청나게 길게 늘어서 있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전망대에서 건너편을 바라보는 것으로 대신했다.
인근에 있는 특이한 건물의 영월관광센터를 잠시
둘러보고 한반도지형이 있는 곳으로 방향을 돌려
찾아갔다. 여기 또한 관광객으로 북새통이었다.
주차하고 산기슭을 돌고돌아 한반도지형이 있는
전망대로 향했다. 셋이서 산길을 걷는 것도 아주
좋았다.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는 느낌이 참 좋다.
3면이 강물이고 한쪽은 기암괴석으로 둘러쌓여
우리나라 한반도 모양을 그대로 닮아 참 특이한
모습이다. 우리도 이곳은 처음이고 아들 녀석은
오래전부터 이곳의 한반도지형을 보고싶었단다.
한반도지형을 감상하고 산길을 걸어 돌아오다가
산속 길가의 벤치에 아내와 아들이 앉아 쉬고있는
모습을 보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느끼기 나름이다.
소소한 일상에서 다가오는 흐뭇하고 뿌듯함이면
그것이 바로 소확행이 아닐까?'라고... 허황된 것,
가까이 아닌 먼곳에서, 작은 것보다 너무 큰 것을
찾는 행복은 그저 바람일 뿐이다. 별 것이 아닌듯
그저 소소한 일상에서 느끼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행복이 아니겠는가 싶다. 그뿐만아니라 집에 와서
둘째네와 함께 아들 녀석이 사온 케익에 촛불을
하나 켜고 불었다. 부모님 45주년 결혼기념일에
케익이 빠지면 되겠냐면서 그 새벽에 오면서도
챙겨왔단다. 이렇게 아들 덕분에 기쁘고 즐겁고
흐뭇하고 뿌듯하게 결혼기념일을 보냈다. 이런 걸
두고 '아들과 추억 만들기'라고 해도 되겠지?
오늘은 음력 섣달 그믐날,
아들 녀석이 평소 늘 함께하는 고마운 이웃분들과
나누라며 자그마한 선물을 가져왔다. 명절에는 꼭
우리부부의 체면을 세워주는 아들이 정말 고맙다.
이따가 아침나절이 지나면 일곱 집에 인사를 다녀
오려고 한다. 선물이란 많고 적음이나 싼 것, 비싼
것을 떠나 마음을 전달하는 따뜻한 정이 아닐까?
이곳에 삶터를 정한 이후에 26년 세월을 이어오는
우리는 때마다 작은 정성을 전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민족 고유의 최대 명절 설날입니다.
가족들과 오손도손 모여
즐겁고 기쁜 마음의 설날이 되시기 바랍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강원도 평창 설다목 촌부 이용식 拜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