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눈이 펑펑, 대설주의보까지, 빗나간 예보
2025년 12월 11일 목요일
음력 乙巳年 시월 스무이튿날
"허허~ 이게 뭣꼬?"
이른 아침 바깥에 나가자마자 눈이 펑펑 내리는 걸
보고 나온 오늘의 첫 일성(一聲)이다. 어젯밤까지
오늘은 기온이 영상으로 쑤욱 올라가 비가 내릴 것
이라는 예보였다. 완전히 빗나갔다. 그것도 모자라
대설주의보까지 내려졌다며 재난문자가 쇄도한다.
기온은 올라 영하 1도에 머무는 산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내리는 눈은 우리가 가장 싫어하는
습설이다. 바람돌이로 제설작업을 할 수가 없기에
싫어하는 것이다. 그렇긴 하지만 나뭇가지에 쌓인
모습은 기가 막힌다. 이렇게 멋진 설경의 이면에는
산골 사람들의 남다른 고충과 애환이 숨어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설경을 본 아내가 하는 말,
"설경은 기막혀 사진을 찍으면 그야말로 끝내주는
크리스마스 카드, 연하장이네. 그나저나 우짜노?"
라며 제설작업을 걱정한다. 맞는 말이다! 이렇게
멋지고 예쁜 설경을 잠시나마 보는 것으로 위안을
삼는 산골 사람들이다. 그래서 사진을 몇 컷 찍었다.
제설작업은 우리에게 주어진 겨울날의 운명이요,
일상이다. 그래서 마음을 졸이거나 미리 걱정을 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으로 모든 걸 내려놓기로 한다.
더 나아가 피할 수 없는 자연의 선물이라고 여기며
즐기기로 한다. 도시 사람들이 경험하게나 체험을
할 수 없는 우리들만의 특별함이라 여기면서...
오늘 서울에 가려던 생각을 접었다. 아니 눈이 내려
내려갈 수 없음이라 도리가 없다. 모처럼 그 옛날
해태제과와 코래드 시절의 선배님과 후배, 동료들
만날 생각에 잠시 부풀었던 마음을 아쉽게도 내려
놓아야했다. 해태그룹 출신들의 모임인 "해우회"
송년모임에 모처럼 참석을 하고 싶었는데 말이다.
아쉽지만 그냥 이 자리를 통해 인사를 드려야겠다.
"늘 건강한 모습으로 보람찬 일상 엮어가십시오."
많이 게을러 책을 읽는 시간이 점점 줄어든다.
그렇다고 손을 놓은 것은 아니다. 예전과 다르게
많이, 자주 읽지못한다는 것이다. 반성을 한다.
어제 원주에서 동네책방 '이서책방'을 열어놓고
독서문화와 문학활동의 저변확대를 위해 노력을
하시는 이서화 시인님께서 보내신 책이 도착했다.
자주는 아니지만 가뭄에 콩 나듯이 아주 이따금씩
원주에 가면 들려 맛있는 차를 얻어 마시곤 했다.
그러나 올해는 뭐가 그리 바빴는지 한번도 못뵈고
마음만 함께했다. 아무래도 올해는 어쩔 수 없고
새해에 나가 뵈야겠다. 편찮으실때 병문안을 못해
많이 죄송했다. 참으로 마음씨 고운 분이신데...
어제 택배박스를 풀었더니 시인님의 곱디고운 그
심성이 엿보였다. 리본 포장으로 묶은 책, 동봉한
연필 한 자루가 어찌나 정겹게 느껴졌는지 모른다.
"그 마음 잘 전달 받았으니 열심히 마음의 양식을
채우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또 하나의 택배가 왔다.
지난달 초에 결혼한 조카 녀석이 산골 사는 외삼촌,
외숙모 겨울철 비타민 보충하라고 제주도 감귤을
보내왔다. 부모없이 두 형제가 소방관으로 지내며
열심히 사는 모습이 참 대견스런 조카 녀석들이다.
벌써 6년이 지나간 둘째 여동생과의 영원한 이별
이후 늘 이 녀석들이 걱정되었다. 그러나 두 녀석이
다 꿋꿋하게 올바르게 사회에 잘 적응하여 가정을
이루었다. 엄마, 아빠가 없이도 잘 성장한 조카들이
너무나 대견스럽고 참 고맙다.
"사랑하는 아우야! 아무 걱정 말고 영면하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