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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부의 단상

[촌부의 단상] 

식물원 일 나가는 날의 일상은...


2025년 12월 9일 화요일

음력 乙巳年 시월 스무날


여느날처럼 이른 아침 일찍 일어났지만

쉬는 날이라고 아침시간 내내 늑장을 부렸다.

한 일이라곤 아내가 일어나기 전에 난롯불을 

지핀 게 전부이다. 이렇게 게으르면 안되는데...

그러다보니 일기를 쓰는 것도 잊고 있었다.


이른 아침 기온 영하 11도, 지붕에는 눈이 내린

것처럼 하얗다. 그나마 바람이 잠잠해 다행이다.

그렇긴 하지만 냉기, 한기가 옷 속을 파고드는 것

같아 옷깃을 여미게 된다. 12월도 어느새 초순의

막바지, 소위 말하는 연말이다. 예전과는 다르게

연말이라는 것 자체에 별다른 감흥은 없음이다.


식물원에 일 나가는 날의 촌부 일상을 살펴볼까?

이른 아침 7시경 자동차에 시동을 건다. 예열되는

사이에 전날 저녁 덮어씌워 놓은 보온덮개를 벗겨

잘 접어 트렁크에 넣는다. 7시 5분 운전석에 앉아

라디오를 켠다. 김종배의 시선집중이다. 그 시각

계기판에 표시된 기온은 영하 4도, 아직 동이 트기

전이라 라이트가 자동으로 켜진다. 그렇게 20분

정도 달리면 속사터널을 지난다. 우측 안전지대에

잠시 멈춘다. 그 시각은 7시 25분쯤이 된다. 바로

그곳에 도착할 무렵 동이 트고 저만치 먼산 윗쪽의

멋진 일출을 보기위해 일을 나가는 날이면 멈춘다.


다시 속사에서 내달려 오대산 못미쳐 오른쪽으로

접어들어 1.3km 산골 마을길을 달려가면 그곳에

식물원이 있다. 주차를 하고 시냇물을 따라 걷다가

왼쪽으로 자그마한 다리를 지나면 우리 시니어들

쉼터가 있는 식물원 관사에 도착한다. 우리들끼리

차와 과일을 나눠 먹으며 그날의 할 일을 의논하는

조회시간을 갖는다. 아직까지 탐방로에 낙엽이 꽤

흩날려 바람돌이(브로워) 작업을 하게된다. 그렇게

오전시간 내내 식물원 내부 모든 탐방로 오솔길을 

깔끔하게 치운다. 우리 시니어가 솔선수범 알아서

일을 하다보니 식물원 직원들의 감독이나 간섭이

전혀없다. 오히려 너무 무리하게 일하지는 말라며

당부를 하곤 한다.


그렇게 오전을 보내고 쉼터에서 간단하게 점심을

먹고 쉰다. 식물원에는 식당이 없어 지난해는 다들

도시락을 싸와서 먹었다. 꽤 많이 불편했다. 올해는

라면같은 인스턴트식품이긴 하지만 양이 조금 많고

맛도 좋은 쌀국수를 먹고 있다. 이젠 습관이 되어서

그런지 한 끼 식사로 충분하고 든든하다. 오후에는

탐방로 점검을 나간다. 탐방객이 지나는 오솔길을

돌아다니며 혹시나 불편한 것이 없는지 살피는 것,

예를 들면 고사한 나뭇가지가 길어 떨어진 것들을

치운다거나 안내판이 비뚤어진 것을 바로 세워놓는

등 그때그때 보이는 것을 정리하는 일이다. 솔직히

일이라기 보다는 취미활동을 하는 것 같기도 하여

좋다. 요즘이야 동절기라서 꽃이 없지만 그렇기는

해도 관심을 갖고 살피면 많은 것을 보고 느끼면서

배우고 익히는 재미가 쏠쏠하다. 예를 들자면 요즘

같은 추운 동절기에도 녹색 잎이 그대로 살아있는

조릿대(산죽), 겨울날 추워지면 녹색 잎이 뒷쪽으로

말려드는 신기한 만병초, 군데군데 고사(枯死)한

나무그루터기에 붙어 자르는 이름모를 버섯을 관찰

하는 것도 우리들만의 남다른 이색적인 볼거리다.


이렇게 뿌듯하게 일을 마치면 오후 2시, 퇴근이다.

우리는 하루에 5시간(8시~14시 점심시간 1시간)

일을 하며 일주일에 3일, 한달에 60시간을 채운다.

2시 반쯤 집에 오면 아내는 학교에 일을 나가 없다.

아내도 초등학교에서 방과후 늘봄교실 보조 교사로

시니어 일을 한다. 집에 오면 이것저것 챙겨서 일을

한다. 어제는 쓰레기 분리수거하는 날이라서 정리,

분리하고 챙겨서 아랫쪽 분리수거장에 갖다놓았다.


오후 4시, 집에서 출발하여 학교로 가서 4시반에

일이 끝나는 아내를 데리고 온다. 아내는 주 5일,

하루에 3시간씩 오후에 일을 나간다. 마찬가지로

아내도 한달에 60시간을 채우는 것이다. 아이들을

돌보는 아내는 손자, 손녀가 없는지라 일을 하면서

아이들로 인해 손주 돌보는 대리만족을 느낀다고 

할까? 이렇게 우리 부부는 일도 하면서 보람까지

느끼게 되는 것이라서 시니어 일이 참 좋다. 


어제 저녁상에는 감성돔구이가 올라왔다.

며칠전 고향 선배님께서 보내주신 감싱이(감성돔)

이라서 고향 남해의 생선 맛을 보는 호사를 누렸다.

감성돔은 돌돔, 참돔, 벵에돔과 함께 4대 돔이라고

한다. 특히 감성돔은 구이, 찜, 회, 튀김, 매운탕 등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아주 맛이 좋은 생선이란다.

구이를 먹었으니 다음엔 찜이나 매운탕을 차례로

해보겠다며 보내주신 선배님 호의에 거듭 고맙고

감사하다고 하는 아내의 그 말에 맞장구를 치면서

맛있게 잘 먹었다. 이렇게 산골부부의 하루 일상은

흐뭇하고 뿌듯하게 마무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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