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반갑잖은 첫눈이 내렸다.
2025년 12월 5일 금요일
음력 乙巳年 시월 열엿샛날
이젯밤 9시쯤인가?
함께 일하는 동료가 눈이 내린다며 전화를 했다.
눈이 내리고 있는지 모르고 아내를 도와 유자청
담그느라 여념이 없었다. 동료네는 우리보다 더
꼬불꼬불 산길을 따라서 오르내리는지라 출근이
걱정된다며 혹시 못가면 휴가를 사용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그 집이나 우리집이나 산중턱이라
눈이 내리면 시련을 겪는 것은 어쩔 도리가 없다.
그래도 좋다고 산골살이를 하는 우리들이다.
며칠전 눈발이 흩날리기는 했지만 사실상 어젯밤
내린 눈이 올겨울 첫눈이다. 이내 그치긴 했지만
잠시동안에 제법 내렸다. 아침 일찍 나가야해서
빗자루로 집에서 출발하여 카페 입구까지 쓸었다.
대충 눈짐작으로 한 3cm쯤 내린 듯했다. 다행히
습설은 아니다. 드디어 겨울날의 고난이 시작이다.
이제 시작인데 올겨울을 나려면 얼마나 내릴까?
제발 적당히 내렸으면 하는 마음으로 첫눈을 쓸고
올라오니 밤 11시, 330m의 진입로는 오늘 아침
이서방이 바람돌이(브로워)로 치우면 될 것 같다.
걱정은 영하 10도까지 떨어진 기온과 예보에도
없는 눈이 아침에 또다시 내리는 것이 문제이다.
날씨의 변화는 아무리 생각해도 참으로 오묘하다.
어제 오후까지는 하늘색이 너무나 푸르고 보기도
좋았다. 그뿐만아니다. 파란 하늘에서 빛나는 햇살,
이또한 설마 눈이 내리겠는가 싶을 정도로 좋았다.
일기예보상으로 밤에 눈이 내릴 것이라고 했으며
재난문자까지 연신 쇄도했다. 조짐이 영 아니었다.
아무래도 아침에 일찍 나가려면 효붕이를 안전한
아랫쪽에 내려다놓는 것이 정답이지 싶어 아내를
집에 내려주고 다시 효붕이를 몰고 내려가 안전한
곳에 세워놓고 앞유리창을 덮었다. 터벅터벅 걸어
올라왔다. 가파른 길을 오르며 또 혼자 중얼거렸다.
"올겨울은 또 얼마나 이 짓을 해야할까?"하며...
어제 저녁에 아내와 함께 유자청을 만들었다.
고향 남해에서 친구가 고맙게도 유자를 보내왔다.
씨를 모두 빼내고 흠집있는 껍질을 일일이 손질을
했더니 3kg 가까이 된다. 우리만 먹기엔 많은 양,
아내는 또 나눔을 할 모양이다. 정이 많은 친구의
배려를 받았으니까 우리도 곱디고운 친구 부부의
따뜻한 정까지 담아 몇 군데 나눔을 하려고 한다.
남해 유자는 청을 담그면 그 맛과 향이 정말 좋다.
겨울철의 감기예방에는 이만한 것이 없다. 아내의
유자청을 먹어본 이들은 칭찬이 자자하다. 원재료
남해 유자의 뛰어난 품질이 먼저이겠지만 아내의
정성까지 듬뿍 첨가되어 좋은 것 아니겠는가 싶다.
씨앗을 골라내는 일을 했으니 촌부의 마음도 쬐끔
녹아있어 유자청의 맛과 향이 더 좋은 것이리라!
우리가 만들긴 했으나 품질 좋은 남해産 유자를
따느라 힘들었을 것이고 고향 생각하며 고향 맛을
느껴보라고 보내준 고향 친구부부의 따뜻한 정과
고운 마음씨까지 듬뿍 들어있음이라 더한층 맛이
좋은 것이 아닐까 싶어 고마움과 함께 흐뭇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