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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부의 단상

[촌부의 단상] 

을씨년스럽더니...


2025년 11월 28일 금요일

음력 乙巳年 시월 초아흐렛날


하루사이 날씨의 변화가 장난 아니다.

영하의 기온이지만 어제까지는 그런대로 온화하여

추위를 못느꼈는데 오늘은 여느날과 사정이 다르다.

수은주가 곤박질하여 영하 7도에 머문다. 꽤 춥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어제 종일 그렇게 세차게 불던

바람이 잠잠하여 체감온도는 많이 낮지않은 듯하다.

하긴 11월이 끝나가는 마당이라 그럴 때도 되었다.

그렇긴 하지만 우리네 몽매한 서민들에게는 추위가

일상을 어지럽게 한다. 특히 이곳 산골은 너무나 긴

겨울이라서 더 그런 것이 아닐까 싶다.


어젠 아침부터 비도 아니고 눈도 아닌 진눈깨비가

흩날렸다. 바람까지 꽤 거세게 불어제껴 오싹했다.

때마침 봉평 오일장날이라 몇 가지 살 것이 있다고

하여 나갔다. 비바람 때문인지 제대로 장이 서지를

않았다. 잠시잠깐 필요한 것만 골라 구입하고 곧장

장골목 인근 식당으로 향했다. 그 식당은 이름하여

'청춘보리밥'이다. 평창 시니어클럽에서 운영하여

일하시는 분들은 모두 연세가 드신 시니어들이다.

뷔페식이라서 양껏 먹어도 된다. 메뉴는 보리밥이

대표 메뉴이고 곤드레밥, 닭곰탕, 제육덮밥이 있다.

점심 한 끼만 하는 곳인데 맛도 좋다. 그뿐만아니라

가격까지도 참 착하다. 짜장면 한 그릇 값도 안되는

6,000원으로 배를 두둑하게 채울 수가 있어 좋다.

그 옛날 어릴적 추억까지 챙길 수 있으니까 말이다.

보리밥은 각종 채소에 고추장으로 쓱쓱 비벼야만

제맛이다. 한 그릇 비벼 맛있게 잘먹었다.


늦은 오후, 학교에서 아내를 태우고 집으로 왔다.

진눈깨비 수준을 넘어선 함박눈에 가까운 눈발이

흩날리는 것이었다. 어찌되었거나 올겨울 첫눈은

이것도 아니요, 저것도 아닌 그렇다고 쌓이지않은

그런 눈으로 내렸다. 공식적인 첫눈이라고 할 수

있을까? 눈이 내리는 것이 달갑잖은 산골살이하는

촌부는 뭐 그리 좋은 느낌, 설레이는 마음은 없다.

그저 "쌓이지는 말아라!"라고 했다. 집에 오자마자

날씨를 검색했더니, 밤에 비가 눈으로 변해 내리고

기온은 뚝 떨어져 비가 내린 후에 눈까지 쌓이게

될 것이라 했다. "아이구야! 내려갔다 와야겠네!" 


오늘 아침 7시쯤에 일찍 식물원에 일을 나가려면

효붕이를 안전하게 아랫쪽에 내려놓아야만 했다.

아내를 내려주고나서 곧바로 되돌아 아랫쪽으로

내려갔다. 또 효붕이 외박을 시킨 것이다. 잘했다.

참 잘했다. 위험을 감수하며 조마조마하는 것보다

조금 번거롭긴 하지만 미리 안전하게 대비하는 것,

바로 그것이 경사가 심한 진입로를 오르내려야만

하는 비탈진 산중턱에 사는 사람들이 궂은 겨울날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이것 뿐이다. 하루종일

반갑지않은 겨울비가 추적거리며 을씨년스럽더니 

결국 우산을 바쳐들고 산길을 따라 걸어올라오는

수고를 감수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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