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말날이라고...여명이 밝기전 바깥에 나왔더니 가장 먼저 지붕위에 내려앉은 하얀 서리가 아침인사를 한다. 여전히 피부로 느끼는 공기는 차갑다. 기온은 그나마 많이 내려가지않은 영하 5도인데 서리와 안개가 함께 하는 아침이다.
난로에 장작불을 지피려고 재를 비워 내는 딸그락거리는 소리에 갑작스레 산골아낙이 소리를 지른다. "오늘은 난롯불 피우지 마셔~!!!"라고... 무슨 영문인지 몰라 멍하니 2층을 쳐다보고 있었더니 황급히 나오며 하는 말이 "오늘 말날이잖아. 고추장 담가야 해서..."란다. 고추장 담그는데 난롯불하고 무슨 상관일까? 도대체 이해가 안간다. "추운데 불은 지펴야지?" 했더니 "그냥 하라는대로 하슈~"라는 말뿐이다. 나중에서야 하는 말이 혹시나 고추장 담그는데 너무 더우면 안될 것 같아서 그랬다는데 지금도 이해가 안간다. 시키는대로 하는 수 밖에 도리가 없음이다. 산골아낙은 간장이나 고추장을 담글때나 된장을 뜰때도 꼭 음력으로 된 달력의 말날에 그 일을 지켜서 한다. 예로부터 말날에 담그면 탈이 없고 잘 익어 맛이 좋단다. 혹자들은 미신이라고 하는데 촌부나 산골아낙은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우리 조상님들로부터 지켜져 내려오는 생활의 지혜이며 전통이라는 생각이다. 오늘 산골아낙이 정갈한 마음으로 정성껏 담그는 고추장도 맛이 좋을 것이라 생각해본다.
무속이든 종교든 관습이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