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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부의 단상

[촌부의 단상] 

바람돌이(브로워) 짊어지고...


2025년 11월 23일 일요일

음력 乙巳年 시월 초나흗날


장기예보에 다음주에는 첫눈 소식이 있다.

그래서 어제와 오늘은 날씨가 숨고르기를 하느라

다소 온화한 것일까? 어제처럼 오늘 아침도 영하

2도, 한낮은 영상 10도까지 올라갈 것이라고 한다.

설마 지난해의 첫눈과 같이 폭설이 쏟아지는 것은

아니겠지? 지난해 11월 26일부터 사흘간 쏟아진

첫눈의 폭설이 엄청났던 기억이 떠오른다. 올해는

그러지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산중턱 맨윗쪽 마지막 집에 살다보니 눈이 내리는

것이 겁나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이곳에 왔을 땐

혈기왕성한(?) 40대 중반에다 이곳 산골의 겨울날

사정을 모르고 시작했기에 추위와 폭설을 잘 견뎌

이겨내곤 했으나 25년이 지난 지금은 70대에 접어

들다보니 혈기도, 체력도, 마음가짐까지도 점점 더

약해지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래서 이젠

겨울이 점점 겁나고 자꾸 싫어지는 것이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내가 선택한 삶이기에 견뎌내는 것 외

무슨 도리가 있겠는가 싶다.


가장 뒤늦게 단풍이 드는 낙엽송 잎파리가 거의 다

떨어진 듯했다. 다른 나뭇잎과 달리 가느다란 바늘

모양의 노란잎은 별로 환영을 못받는 단풍잎이다.

농작물에 떨어지거나 특히 우리 동네같은 경우에는

진입로 바닥에 떨어져 쌓이고 박혀있어 골칫거리다.

이맘때 비가 내리거나 눈이 내리면 길바닥 틈새에

끼여 불편을 초래한다. 그래서 해마다 낙엽송 단풍

다 떨어질 무렵 진입로 특히 양옆에 몰려 쌓여있는

낙엽을 치워오고 했다. 바람돌이(브로워, 송풍기)를 

구입하기전에는 빗자루로 힘들게 쓸어야만 했다.


어제 아침나절, 바람돌이를 짊어지고 눈삽을 들고

나섰다. 워낙 쌓인 낙엽이 많고 옆쪽 밭을 오르내린

트럭들이 흘린 거름, 진흙이 길에 떨어져 있어 요즘

오르내리다 보면 너저분하고 치우지않고 그냥 두면

아무래도 눈이 내리면 낭패라서 치워야겠구나 했다.

이 길을 다니는 이웃들이 30여 가구가 있긴 하지만

누구 하나 나서는 주민이 없다. 맨윗쪽에 사는 죄로

지금껏 아우들과 촌부가 치워왔다. 옆쪽 밭은 우리 

마을에 사는 주민이 아니다. 밭을 임차하여 농사를

짓는 사람들인데 길바닥을 엉망으로 만들어 놓지만

치우질 않는다. 누군지 알 수 없고 외국인 근로자만

왔다갔다하니 답답하다. 어지럽히는 사람 따로이고

치우는 사람 따로이니 참 어처구니가 없음이다.


눈삽으로 바닥에 눌어붙은 거름과 진흙을 긁어내고

바람돌이로 낙엽과 함께 개울쪽이나 산쪽으로 모두

날려버린다. 허나 워낙 양이 많아 바람돌이를 잠시

멈추고 눈삽으로 일일이 퍼나른다. 가벼운 낙엽이라

눈삽에 잘 담겨지질 않는다. 그러니 작업이 더디다.

흙먼지도 장난이 아니다. 괜시리 부하가 치밀기도

했다. 왜냐하면 힘들게 작업을 하고 있는데 자동차

몰고 지나가는 이들이 수고한다는 말 한마디 않고

오히려 비켜달라며 크락션을 빵빵거린다. 그 순간은

잠시잠깐 한번 찔통을 부려볼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어차피 봉사한다는 생각으로 시작했으니까

접어두고 좋은 마음으로 하자고 마음을 고쳐먹었다.

그래도 막바지 다리부근에서 불어 모아놓은 낙엽을

눈삽으로 퍼서 산쪽으로 버리고 있을 무렵 지나가던

아랫쪽 아주머니 한 분이 자동차를 세워 창을 열고

수고한다며 인사를 하셔서 마음이 한결 가벼웠다. 

그렇게 저 아랫쪽 진입로 초입, 건너오는 교량까지

깔끔하게 길을 치워놓았다. 세 시간 남짓의 작업을

마치고 올라오는 마음은 뿌듯하고 흐뭇했다.


촌부가 바람돌이로 진입로 낙엽치우기 작업을 하는

동안 아내는 잣손질 2차 껍질까기를 했단다. 꽤나

많은 피皮잣을 깠는데 제대로 된 알잣은 얼마 안돼

실망했을 텐데 하는 말이 "잣알갱이가 겨우 이만큼,

그래도 이게 어디냐?" 라며 웃었다. 그뿐만아니라

촌부가 하다 남겨둔 1차 작업 잣송이 겉껍질까기를

하고 있었다. 오늘도 아내는 또 잣손질 작업을 하고

있다. 남은 잣송이에서 빨리 피잣을 꺼내는 작업을

마무리해야 하는데 재미가 없어 일손이 안잡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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