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잣이 엉망이야!
2025년 11월 22일 토요일
음력 乙巳年 시월 초사흗날, 小雪
오늘은 스무 번째 절기 소설이다.
얼음이 얼고 첫눈이 내린다고 하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미 영하의 날씨에 얼음은 얼었으나 첫눈은
아직이다. 예전에는 이맘때면 눈이 내려 잔뜩 쌓여
있었다. 언젠가부터 첫눈도 늦어지고 양도 꽤 많이
줄었다. 산중턱의 위치한 삶터인지라 눈이 지겹다.
이렇게 눈 내리는 시기가 늦어지고 양이 줄어듬은
겨울을 싫어하는(하도 고생이 심하여) 촌부에게는
반갑고 고마운 현상이긴 하지만 좋아할 수도 없는
것이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현상으로 우리가 살고
우리 후손들이 살아야 하는 지구의 심한 몸살이기
때문이다. 무지랭이 촌부가 걱정한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마는 자연을 사랑하고 도시를 떠나 산골에
사는 한 사람으로서 마음 한 구석에 뭔가 모르는
안타까움이 남는다.
오늘은 날씨가 참 온화하다.
영하 2도, 옅은 서리, 바람 잠잠, 흐린 하늘이다.
어젯밤에 원인 모를 난로의 고장(?) 때문에 한바탕
연기 소동을 벌였으나 아침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
아무렇지않게 잘 핀다. 왜 그랬을까? 의문스럽다.
그건 그렇고 오늘은 주말이긴 하지만 생각한 일이
있다. 아내는 그냥 쉬지 무슨 일을 하려고 하느냐며
성화다. 이 골짜기에 사는 사람들 공동의 일이지만
어느 한 사람 나서는 사람이 없다. 하기사 25년을
내가 해왔으니 원망을 하고 싶지는 않다.
아내가 잣까는 도구로 잣껍질을 까고 있다.
엊그제 잣송이를 벗겨 하나하나 뽑아놓은 피皮잣,
그 피잣의 딱딱한 겉껍질을 까는 잣손질 2단계이다.
피잣에 물을 부으면 제대로 된 잣은 가라앉고 벌레
먹은 것이나 손상된 잣은 위로 둥둥 뜬다. 못쓰는
상한 잣이다. 촌부가 1단계 작업을 해놓은 것 중에
거의 절반 이상이 알이 들지않았거나 벌레가 먹어
상한 쭉정이란다. 아내가 "당신이 힘들게 산에 올라
주워오고 장시간 애써 껍질 까놓은 잣이 너무 많이
쓸모없는 쭉정이라 아까워 죽겠네. 잣이 엉망이야?"
라며 아쉽단다. "우짜겠노? 이거라도 다행이제!"
라고 하며 아쉬움을 달래야했다. 올가을 비가 너무
자주 너무 많이 내린 탓인 것을 어떡하겠는가? 그냥
주어진 양에 만족하는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