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쁘다보니...오늘도 서리가 하얗게 내렸고 기온은 영하 9도의 아침을 맞는다. 며칠째 영하의 날씨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이제는 본격적으로 겨울속으로 접어 들었으니 그러려니 해야겠지만 눈이 내리기전에 햐야 할 일이 많다. 겨울채비를 서둘러 하느라고 했지만 챙겨보니 아직도 많이 남았다. 생각나는대로 이일저일 하느라 하루가 어떻게 지났는지 모르겠다. 바쁘다보니 어제는 일기를 쓰는 것도 깜빡 잊어버린 촌부...
짧은 해는 너무도 속절없이 서산으로 넘어 가버리는 요즘의 산골이다. 촌부의 마음도 몰라주고... 어제는 작년에 잘라 장작집에 말려둔 나무를 꺼내 장작을 패고 집으로 나르는 작업을 하였다. 데크에 겨우내 난로에 땔 장작을 저장할 자리를 만들고 켜켜이 쌓는 작업을 한 것이다. 촌부는 장작을 패고 산골아낙은 손수레로 장작을 집 데크로 나르고... 눈이 오면 장작집에서 집까지 100여m의 경사가 진 길이라 미끄럽고 힘이 들기 때문에 서둘러 날라야 두어야 하는 것이다. 아침부터 시작한 일은 해가 서산으로 뉘엿뉘엿 넘어가 땅거미가 질때까지 이어졌다. 오후에 잠시 방앗간과 마을에 다녀오느라 시간을 빼앗겨서 더 늦어진 것이다. 바람이 꽤 부는 영하의 날씨에 힘은 들었지만 저녁에 따뜻한 난로앞에서 따끈한 꽃차 한잔을 마시다보니 뿌듯함에 피로가 풀리는 듯하였다.
산골아낙이 고추장을 담근다며 찹쌀과 메주를 빻으러 집에서 6.5Km정도 거리의 장평에 있는 방앗간을 다녀오자는 것이었다. 장작을 패다말고 다녀온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시골 방앗간은 정겹다. 들깨로 들기름도 짜고 있어 고소함도 있고 고춧가루를 빻느라 매운 고추 냄새에 재채기도 하게 된다. 설날도 아닌데 가래떡을 해가는 할머니는 맛보라며 김이 모락모락 뜨끈뜨근한 떡을 하나씩 주셨다. 출출한 김에 그 맛이 어찌나 좋던지... 이런것이 시골인심이 아닐까 싶다.
오는 길 마을에 벼농사를 짓는 마을아우네에 들렸다. 메주를 띄우려면 볏집이 필요하여 얻으려 간 것이다. 우리마을에는 대부분 밭농사를 위주로 농사를 짓는데 논농사인 벼를 재배하는 집은 이 아우와 다른 두집밖에 없다. 그나마 한집은 올해까지만 논농사를 지었고 내년부터는 밭농사로 바꾼다며 객토작업을 하고 있다. 몇해전까지는 꽤 여러집이 논농사를 지었는데 밭농사에 비해 소득이 적다며 밭농사로 전환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가 이곳에 오던 그 무렵에는 마을에서 맛이 좋은 쌀을 사먹곤 하였는데 벼농사를 짓는 집이 줄고 짓는 집도 자기네 먹을 만큼의 농사를 짓다보니 장에 나가 사와야 한다. 우리는 해마다 볏집이 필요하여 마을에서 얻어 오는데 이러다 그나마도 구하기가 어렵지 않을까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촌부와 친한 아우는 소득보다 자기네 식구가 먹을 만큼만 계속하여 벼를 재배하는 논농사를 짓겠다며 앞으로도 볏집 걱정은 하지말란다. 다행스럽고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