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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부의 단상

[촌부의 단상] 

장모님 3주기 기일


2025년 11월 14일 금요일

음력 乙巳年 구월 스무닷샛날


11월도 어느새 거의 반이 다 지나간다.

시간이 가는 속도는 분명 똑은 것임에도 불구하고

세월이 빠르게 흐른다는 말을 하는 것은 우리들의

느낌일 뿐이다. 그 느낌이 조금이라도 더디었으면

하는 것이 그 누구를 막론하고 같은 생각인 듯하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사이 계절도 바뀌어 겨울이

다가왔다. 젊은이들 거의 대부분 겨울을 좋아하는

것 같다. 하지만 이곳 산골에서는 사계절 중에 거의

반년씩이나 되는 가장 긴 계절이 바로 겨울이라서

촌부로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싫어하는 계절이라고

말하곤 한다. 어제도 그렇더니 오늘도 이른 아침은

초겨울 날씨다. 영하 3도의  기온, 지붕 위에 하얀

서리가 내렸으니 말이다.


불과 한 시간 반 거리의 경기도 이천은 아직까지도

가을색이 완연했다. 어제는 장모님 3주기 기일이라

국립이천호국원에 다녀왔다. 그곳에는 양가 부모님

위패봉안을 해놓은 곳이다. 장인어르신과 아버님은

국가유공자이시지만 고인들의 유지(遺旨)에 따라

현충원이나 호국원에 모시지않고 수목장을 했었다.

세월이 지나면서 뭔가 자식된 도리를 못한 것 같아

늘 신경이 쓰였다. 비록 육신은 고인들께서 원하신

그대로 자연으로 돌아갔지만 자식들의 마음속엔 늘

아쉬움이 있었다. 그런 유공자와 유족들을 위하여 

보훈청에서 호국원에 위패봉안을 할 수 있게 한다고

하여 두 분은 물론 장모님과 어머님도 함께 모실 수

있었다. 늘 마음이 쓰였는데 이렇게라도 하고나니

마음이 한결 가볍고 좋다.


우리 부부는 오나가나 맏이, 양가의 맏이인 것이다.

호국원 위패봉안 신청 절차를 다 우리가 진행했다.

양가 부모님 위폐봉안 이전부터 우리는 전통적인

제사문화를 바뀌보기로 형제들이 합의하여 그렇게

하고 있다. 명절인 설날과 추석에 차례를 모시지만

기제사는 지내지 않기로 했다. 대신 가족들이 모두

모여 고인을 추모하는 만남의 시간을 갖기로 했다.

호국원에 모시기전에는 인천 용화사에서 거행하는

불교식의 추모행사에 참석하는 것으로 대신했었다.

이제 앞으로는 우리 부부는 네 번이 되겠지만 양가

아우들과 다른 가족들은 일년에 두 번을 호국원에서

만나 추모행사를 하고나서 가족모임을 갖기로 했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물론이고 특히 우리 다음

세대 아이들에게 물러줄 우리 전통적인 제사문화도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멀리 떨어져 살다

보니 거리상 어렵고 일 때문에 많이 힘들어 기일인

제삿날 밤에 참석을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앞에서 말한 추모행사와 가족모임으로

바꾼 것이다. 우리들 생각은 이렇다. 마음이 중요한

것이지 고인을 추모하는 그 형식이나 격식이 중요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되어 그렇게 하고 있다. 가족들

모두가 다 참석하면 더할 나위없이 좋겠지만 누구나

시간이 허락하면 참석하고 사정이 있으면 어쩔 수

없는 것, 생업에 지장을 초래하면 안되는 것이라서

부담을 갖지말라고 했다.


어제도 그랬다. 우리와 둘째네 부부, 장손인 조카와

원주에서 교사로 있는 조카 딸내미가 조퇴를 하고

참석했다. 과수원 일이 한창인 막내네, 일 때문에

시간을 낼 수가 없는 처남댁과 작은조카 그리고 늘

바쁜 아들 녀석이 참석을 못했다. 모두 합쳐야 겨우

11명 식구 중 절반이 참석한 것이다. 조카 딸내미가

검색하여 예약한 멋지고 맛있는 음식점에서 식사를

하고 차를 마시며 따뜻한 정을 나누는 뜻깊고 좋은

시간을 가졌다. 회비가 있지만 참석 못한 막내네가

식사비를 내겠다고 하여 고마운 마음으로 그 정성을

받기로 했다. 


이번 장모님 3주기 모임에는 반갑고 축하할 소식이

있었다. 처남 큰아들인 조카가 그동안 구상한 사업

아이템을 드디어 론칭을 했다고 했다. 모두 박수로

환영과 축하와 응원을 했다. 그동안 지켜본 바로는

일을 하는 모습과 태도, 생각하는 자세와 각오 등을

봐서는 분명 언젠가는 큰 일 해낼 것이라고 여긴다.

조카 녀석의 앞날에 탄탄대로가 펼쳐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전했다. 이렇게 장하고 듬직한 아들을 두고

6년전 홀연히 떠나버린 처남 생각이 떠올라 마음이

많이 짠했다. 처가쪽의 2세들은 겨우 네 명뿐이다.

그래도 고마운 것은 이 녀석들이 거의 정기적으로

저희끼리 모임을 만들어 따로 만나고 있다는 것이다.

자화자찬 같지만 우리가 2세들은 잘 기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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