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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부의 단상

[촌부의 단상] 

효붕이 때 빼고 광내던 날


2025년 11월 13일 목요일

음력 乙巳年 구월 스무나흗날


일교차가 꽤나 심한 요즘이다.

마치 두 계절이 공존하는 그런 느낌이라고 할까?

이른 아침은 영하의 초겨울이요, 한낮은 선선하긴

하지만 햇볕 따스한 늦가을 날씨와 같으니 말이다.

오늘은 영하 4도, 여전히 하얀 서리와 함께하는데

한낮은 또 어떨지 모르겠다. 그다지 멀지는 않지만

편도 100여km가 넘는 장거리 왕복 운전을 해야

하는데 날씨라도 좋았으면 하는데...


월, 수, 금은 식물원에 일을 나가는 날이다.

하루 쉬고난 어제도 이른 아침 7시에 집을 나섰다.

자동차 출발하기전 유리창에 낀 성에를 녹여야만

한다. 시동을 걸어놓고 기다리느라 주변을 살폈다.

눈에 들어오는 광경은 철쭉 잎파리에 내린 서리와

빨갛게 물든 블루베리 잎파리가 하얗게 내린 서리

때문에 꽁꽁 얼어붙은 그 모습이 신기하긴 했지만

한편으론 애처로워 보였다. 하긴 어제 아침 기온이

영하 5도였으니 온전할리는 만무하다.


30여분을 달리는 출근길, 국도변의 산촌은 참으로

고즈넉한 풍경이다. 모든 가을걷이가 끝난 밭에는

농부님들의 모습은 볼 수 없고 공허함이 자리하여

훵하다. 단풍이 그다지 볼품없었던 올가을, 그나마

그 거무티틱한 단풍도 모두 다 떨어지고 없다. 이젠

벌거벗은 채 앙상한 가지만 남아 영하의 기온에다

서리까지 내려 오들오들 떨고있는 듯하다.


식물원도 마찬가지다.

남은 단풍이라고는 저멀리 산중턱의 낙엽송 뿐이다.

그 낙엽송 또한 머잖아 나뭇잎이 다 떨어질 것 같다.

식물원 곳곳, 자그마한 연못의 고인물은 다 얼음이

얼었다. 살얼음이겠지 하고 작은 돌멩이를 던져보니

제법 꽁꽁 얼어 돌멩이가 튕겨나온다. '벌써?' 라고

하며 놀랬다. 이제 겨울 시작이구나 했다.


미처 넘어가지 못한 아침 달이 파란 하늘에 떠있을

무렵 브로워를 짊어지고 일을 시작했다. 이젠 거의

나뭇잎이 다 떨어져 일이 수월하다. 내 구역은 조금

멀다. 우리의 쉼터인 관사에서 시작하여 꾸불꾸불

산딸나무 숲길을 따라 올라가면 넓다랗게 펼쳐지는

잔디공원이 나온다. 마라톤공원이다. 그곳 지나면

엄청나게 넓은 언덕배기에 꽃창포, 벌개미취밭이

펼쳐진다. 이제 꽃대를 베어내 훵하다. 군데군데 

볏가리 쌓아놓은 듯 낟가리가 쌓여있다. 그 모습이

정겹다. 어릴적 고향 남해에서 논에 가득 쌓여있던

볏가리를 보는 듯하여 잠시 추억에 젖어들었다. 


퇴근후 이따금씩 가는 대화읍내 세차장으로 갔다.

효붕이 때 빼고 광내기를 해주려는 것이었다. 꽤나

오랜만에 손세차를 했다. 산골에 산다고 그저 비에

의존하는 것이 효붕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겉이야 그렇다고 하더라도 내부가 영 말이 아니다.

흙먼지가 뿌옇다. 너무 무심했다. 바쁘다는 핑계로

그냥 그대로 몰고 다녔으니 원~ 부부가 하는 그 집

손세차는 근동에서 가장 깔끔하게 저렴하게 잘한다.

간만에 효붕이 때 빼고 광냈더니 마음이 개운하다.

제일 좋아하는 사람은 아내다. 하긴 우리 자동차를

타는 사람은 우리 뿐이라 그럴 수 밖에...


저녁식사에 노란 단무지가 나왔다.

"이게 뭣꼬? 언제 만들었노?" 했더니,

"지난번 서울 유림국수집에 갔을때 그 집 단무지를

먹으며 한번 만들어 보라고 하여 우리 무우로 이걸

만들어 봤지! 치자물까지 들여 제대로 만들었다니!"

라며 아내가 웃으며 우쭐했다. 정말 제대로 건강한

단무지를 만들었다. 그것도 우리가 농사지은 무우,

아내의 정성까지 합쳐져 그 어떤 시중의 단무지와는

비교가 안되는 아주 맛있고 좋은 단무지인 것이다.

아내는 밖에서 먹은 것이 마음에 들면 복사하듯이

집에서 그대로 만들어 버리는 능력(?)을 발휘한다.

팔불출 촌부는 호사를 누려 좋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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