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이게 뭣꼬? 떡이가, 빵이가...
2025년 11월 6일 목요일
음력 乙巳年 구월 열이렛날
오늘도 아침은 초겨울 모습이다.
지붕 색깔은 밤새 서리가 내려 하얗다.
기온은 여전히 영하 2도에 머물러 차갑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녘에는 햇님이 오신다.
공기는 차갑지만 빛나는 햇살에 마음은 따스하다.
촌부네 밭에는 두 가지가 남아있다.
가식(假植)을 해놓은 대파와 청갓 조금,
대파는 화분이나 용기에 심어 들여놓을 것이고
청갓은 함께 일하는 아우네가 가져가기로 했다.
연일 서리가 내려 걱정되어 자꾸 눈길이 가곤한다.
어서 정리를 해야만 마음이 가벼워질 텐데....
이제 낙엽송이 노랗게 물들어간다.
주변 모든 것들 중에 가장 늦게 단풍이 드는 나무,
낙엽송 잎파리가 떨어지면 하얀 겨울이 오곤한다.
거의 대부분 나무들은 단풍든 잎을 다 떨구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가을색이 남아있는 곳이
있다. 자그마한 그렇지만 고마운 블루베리 밭이다.
빨갛게 물든 잎사귀 단풍이 어찌나 예쁜지 모른다.
이렇게 뒤늦게 가을을 느끼게 해주니 고맙지 뭔가?
오늘은 쉬는 날이지만 어제 식물원에서도 가을과
함께했다. 이제 숲은 많이 훤해진다. 그래도 아직은
군데군데 가을이 남아있다. 오솔길에 단풍진 잎이
나뒹군다. 내맘 같아서는 그냥 놔두면 더 낭만적일
것이라는 생각이지만 그럴 수 없음이라 꽤 무거운
브로워를 짊어지고 탐방로 오솔길의 낙엽을 치우며
분주하게 걷고 또 걸었다. 일이라기 보다는 재미가
더 있다고 하면 혹자들은 믿을 수 없고 어이없다고
하려나 모르겠다. 우리 다섯 시니어는 그렇게 두어
시간을 걷고 또 걷는다. 넓은 곳이라 구역을 나눠...
식물원 나가면 하는 일이 낙엽과 함께 하는 것이다.
자랑이라고 하기엔 좀 그런 이야기 한 토막,
촌부는 음식을 가리는 것 없이 아무것이나 잘 먹긴
하지만 감자와 고구마는 그냥 먹는 것을 좀 꺼린다.
왜 그런가 하면 어려서 워낙 자주, 많이 먹어 그런
것 아닌가 싶다. 이런 촌부의 식성을 잘 아는 아내는
먹을 수 있게 조리를 한다. 감자에 몇 가지를 더해
감자으깸을 한다든가 고구마도 삶거나 굽는 것이
아닌 색다른 형태로 조리를 하면 잘 먹는다고 하며
손이 많이가는 은근 까탈스런 입맛이라고 투정섞인
말을 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들어 준다.
어젯밤에는 혼자 주방에서 뭔가 조리를 하느라 꽤
분주한 듯했다. "뭐하느라 혼자 저리 바쁠꼬?"했다.
"짜잔~ 이거 뭔지 아시겠소? 어서 묵어봐라!"했다.
"떡도 아님시롱 빵도 아이고 이게 뭣꼬?"했더니만
"묵어보모 알제 뭔 말이 그리 많소! 어서 무라!"했다.
한 입 먹으보니 고구마였다. 속에 피자 치즈를 넣어
쭈욱 늘어나는 것이 신기하면서 고소하기까지 했다.
"아따야! 맛나게 잘 만들었네! 우찌 이런 생각을..."
이라고 칭찬을 했더니, "까탈스런 영감탱이 입맛을
맞추려니 별의별 짓을 다 해야한다니!"라며 웃었다.
둘째네에게도 갖다주었는데 처제가 전화로 너무나
맛있게 잘 먹었다면서 어떻게 만든거냐고 레시피를
물었다. 옆에서 들어보니, 고구마를 삶아 으깬 다음
맵쌀가루를 조금 섞어 반죽하여 그 속에 피자치즈를
넣고 구우면 된다는 것이었다. 이서방도 아주 맛이
좋다고 극찬을 했단다. "봐라! 내 입맛이 지랄같아
당신 요리솜씨가 일취월장 하는 것이라쿤께!"라고
했다가 그만 본전도 못찾고 깨갱했다. 어찌되었거나
아내 배려에 고맙고 감사하게 아주 잘 먹고 잘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