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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부의 단상

[촌부의 단상] 

이틀간의 엔진톱 작업을 마치고...


2025년 11월 3일 월요일

음력 乙巳年 구월 열나흗날


오늘은 또다시 기온이 뚝 떨어져 곤두박질이다.

영하 5도, 서리도 하얗게 내려서 지붕을 덮었다.

계절은 기나긴 겨울을 향해 쏜살같이 내달린다.

아직 가을의 흔적들이 여기저기 보이긴 하는데...

사계절 중에 가을을 가장 좋아하고 겨울을 너무

싫어하는 촌부에겐 한동안 시련이 이어지겠지?


어제 저녁때 떨어지는 기온이 심상찮아 아침 일찍

출근을 하려면 번거로울 것 같아 자동차 앞유리에

성에 보호막을 쳐놓았다. 늦가을이라고 할까 아님

초겨울이라고 할까? 하여간 11월 초에 처음으로

보호막을 친다. 가을을 채 느끼기도 전에 느닷없이

겨울 준비를 하다보니 뭔가 모르게 많이 허전하고

은근히 걱정스럽다. 날이 가고 해가 갈수록 자꾸만

계절의 변화에 민감해지고 특히 이맘때 간절기에

겨울채비를 하다보면 나이가 들긴 들었구나 한다.


어제 아침나절, 바람이 꽤나 거세게 불기는 했으나

구름사이로 파란 하늘이 드러나고 햇살이 가득했다.

느낌이 참 좋았다. 가을이 아직도 머무르고 있구나

싶었다. 작업복을 갈아입고 나서는데 청소를 하던

아내가 "오늘 장날이야! 이따 장에 갑시다!"라면서

"늦지않게 들어오셔!"라고 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하던 일이 오전에 끝날 것 같지가 않아서 건성으로

"알았네!"라고 대답을 하고 나갔다. 엔진톱을 챙겨

들고 어제 마무리 못한 큰밭가 일하던 곳으로 갔다.


전날 축대 아랫쪽을 다 자르고 윗쪽 밭가의 그물망

부근을 자르다 해가 저물어 남겨둔 나무를 마저 다

잘랐다. 시간이 그리 많이 소요되지는 않았다. 아마

한 시간쯤 걸렸을까? 하지만 다음 작업이 만만찮아

잠시 쉬면서 어떻게 하면 손쉽게 할 수 있을까 하며

머리를 굴렸다. 비닐끈으로 묶어서 한번을 산기슭

까지 끌다시피 하며 한아름을 날랐다. 이렇게 하는

것은 아니다 싶었다. 통이 큰 나무가 아닌 가느다란

나무라서 아마도 한 해만 지나면 마르고, 두어 해가

지나면 썩어 바스라지게 될 것 같아 단지내 공터에

쌓아놓는 것이 답이고 가장 손쉽게 할 수 있을 것만

같아 수영장 옆쪽 사용하지않는 곳으로 옮겨쌓았다.

산기슭으로 옮기려면 힘이 꽤 들겠지만 가까이라서

한아름씩 여남은 번 옮겼더니 수월하게 빨리 일을

마칠 수 있었다. 장에 가자는 아내의 분부를 따를 수

있게 되어 정말 다행이었다. 


일을 마치고 장비를 옮겨놓고 작업을 마무리한 곳을

둘러보았다. 깔끔하게 정리된 모습에 속이 시원하고

마음도 개운했다. 내년부터는 조팝나무도 조금 낮게

기르고 해마다 전지를 하여 깔끔하게 길러야겠다고

다짐했다. 어찌되었거나 해야지 해야지 하면서도 

너저분하고 무성하게 자란 뒤, 이제서야 하게 되는

게으름에 후회까지는 아니지만 반성을 하게 된다.

내년부터는 밭에 그늘이 지지않을 것이라 다행이고

식구들의 산책길에 늘어진 나뭇가지를 피해다니는

수고로움도 해소가 되어 마음이 한결 가볍고 좋다.

진작에 했어야 했는데 늦었지만 그래도 해놓고보니

마음이 흐뭇하고 뿌듯하여 너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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