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가을인가 했더니 겨울이 성큼...
2025년 10월 29일 수요일
음력 乙巳年 구월 초아흐렛날
'사계절이 뚜렷한 아름답고 살기좋은 우리나라',
아주 오래전 교과서에 나왔던 것으로 기억한다.
우리나라는 온대 기후와 계절풍의 영향으로 인해
봄, 여름, 가을, 겨울이 뚜렷하게 구분되는 것이다.
그랬던 자연현상도 이제는 옛말이 되는 것 아닐까?
봄, 가을은 점점 짧아지고 여름은 지독하게 무덥고
겨울은 폭설과 혹독한 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이상
기후로 바뀌는 것이 근래 우리나라 계절 모습이다.
올해만 해도 그렇다. 10월 하순인 지금 거의 한달
내내 비가 추적거린 날이 대부분이었다. 햇볕 나는
날이 얼마나 있었는지 손에 꼽을 정도, 그러다보니
일조량이 턱없이 부족하여 농작물도 피해가 많아
농부님들의 시름도 깊었다. 가을하면 바로 단풍이
떠오른다. 하지만 올가을에는 단풍이 영~ 별로다.
단풍이 제대로 들기도 전에 낙엽 신세, 물기 빠지기
전 초록 색깔 그 상태로 땅바닥에 나뒹구는 모습이
안스럽게 보인다. 가을이 실종된 것일까? 찬바람이
불고 서리가 내리고 기온은 영하로 떨어져 겨울이
성큼 와버린 그런 느낌이다. 오늘도 영하 4도, 춥다!
어느새 10월도 하순, 식물원에 나가는 일도 오늘로
한달이 마무리 된다. 규정된 60시간을 모두 채웠다.
어제는 사흘만에 나갔더니 땅이 안보일 만큼 한가득
쌓인 낙엽을 브로워로 불어 한구석으로 모아 마대에
담았다. 그 양이 엄청나다. 식물원에서는 화학비료,
농약을 사용하지않아 낙엽을 모아 발효시켜 퇴비로
사용하기에 우리 시니어들이 작업한 낙엽은 한 곳에
모아 좋은 거름으로 재탄생, 재활용을 하는 것이다.
브로워가 제법 무겁기는 하지만 작업하는 것이 아주
재밌고 보람도 있다. 낙엽이 잔뜩 쌓인 오솔길, 그냥
놔두면 낭만적이긴 하겠지만 숲길이면서 워낙 많이
쌓여 미끄럽기도 하고 푹푹 빠지기도 하여 탐방객들
안전을 위하여 치우는 것이다. 눈이 내리기전까지는
낙엽 치우는 일을 하게 된다. 오늘은 또 얼마나 많이
쌓여있을까? 동절기에 접어들어 이른 아침 7시에
나가는 것이 약간 부담스럽긴 하지만 70 나이에도
일을 할 수 있음과 나갈 곳이 있다는 그것만으로도
뿌듯함이라 씩씩하게 아침공기를 가르며 출근한다.
어제 끝물 고추와 끝물 호박을 어이할까 걱정했더니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여기저기에서 주었으면 했다.
인기였다고 하면 좀 과한 표현일까? 비록 끝물이란
표현을 하지만 아무런 하자가 없는 싱싱한 것이다.
그것을 아는 이들이 서로 달라고 하여 전날의 고민
보다 더 고민이 되고 난처했다. 양은 정해져 있는데
달라는 곳이 더 많으니 이럴수도 저럴수도 없었다.
그렇다고 쬐끔씩 박스에 담아 여러곳으로 나눈다면
택배비 때문에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격이 될 것 같아
꼭 필요하고 요긴하게 쓸 것 같은 다섯 집에 나눠서
보냈다. 별것도 아닌데 보내드리지 못한 분들께는
많이 죄송스럽다. 내년 농사철에 보내드리는 걸로...
이렇게 2025년 촌부의 텃밭농산물 나눔은 끝났다.
그럭저럭 올해 농사도 보람으로 가득했던 것 같다.
택배를 보내고 뿌듯한 마음으로 왔더니 둘째네에서
저녁식사를 한다고 했다. 처제가 만두소를 만들고
아내와 함께 만두피를 밀어 손만두를 만들었단다.
처제가 "오늘처럼 스산한 날에는 만둣국이 좋지요.
형부! 고생하셨는데 드시고 더 드세요." 라고 했다.
둘째네는 이서방이 만두를 좋아하여 자주 해먹는다.
처제는 시어머니이신 이서방 어머님께 전수받은
비법의 만두라며 늘 자랑을 하고 자부심 충만이다.
분명 시중 만두와는 다르고 확실히 맛은 있다. 이런
특별식에 술이 빠지면 섭섭, 소주도 한잔 곁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