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끝물 고추, 끝물 호박을 어이할꼬?
2025년 10월 28일 화요일
음력 乙巳年 구월 초여드렛날
계절을 구분하기가 아주 난해하다.
날짜상으로는 분명히 늦가을이라고 구분이 되는데
실제로는 겨울에 더 가까운 날씨가 이틀째 이어진다.
어제는 하루종일 찬바람이 불어제끼고 꽤 쌀쌀했다.
한낮에도 한 자릿수 기온을 벗어나지 못하고 추웠다.
오늘은 한파주의보가 내렸고 기온은 영하 6도까지
곤두박질이다. 설마 그냥 이대로 겨울로 가는 것은
아니겠지? 아직 할일이 많은데...
어제는 겨울채비 중에서 중요한 난방유를 주문하여
가득 채워놓았다. 갑작스레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고
날씨가 추워져 이러다가 눈이라도 내린다면 낭패를
당할 수도 있겠다 싶어 아직 보일러실의 기름탱크에
남은 기름이 있지만 미리미리 대비하는 것이 좋을
듯하여 배달을 시킨 것이다. 올겨울 난방 대비는 다
끝났다. 난로용 펠렛, 보일러 난방유까지 마무리...
찬서리와 영하의 기온이 이어져 냉해에 약한 고추를
그냥 밭에 두면 안될 것 같았다. 아직까지도 싱싱한
모습이지만 된서리 한방이면 못쓰게 되는 것이 바로
고추이다. 이제 밭정리도 해야하는 시기이기도 하여
끝물 고추를 꽤나 많이 땄다. 우리는 이미 용도별로
다 준비를 해놓아 필요가 없지만 그렇다고 그냥 버릴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아깝기도 하면서 애써 기른
농부로서 그러면 안되는 것이기도 하여 일단 따놓고
보자 싶었다. 내친김에 밭설거지까지 해버렸다.
호박넝쿨과 잎파리는 된서리 한방에 끝장 나버렸다.
부랴부랴 끝물 호박을 잔뜩 따놓았다. 크기도 너무나
다양하다. 이 많은 호박들이 다 익었으면 좋았겠지만
뒤늦게 열려 채 익지도 못한 것을 추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따야만 하여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추처럼 그냥 놔두면 안될 것 같아 일단 모조리 다
따놓긴 했는데 어떻게 해야할지는 모르겠다. 고추도
그렇고 호박도 그렇고... 끝물이긴 하지만 아무렇지
않고 괜찮은데 말이다. 비움의 계절에 농작물을 거둬
놓고도 어쩔 줄 몰라하는 어쭙잖은 농부의 고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