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이만하면 수지맞는 고구마 농사이지?
2025년 10월 25일 토요일
음력 乙巳年 구월 초닷샛날
올해는 가을을 제대로 만끽할 틈도 없이 지나간다.
10월이 시작되고 오늘까지 2~3일을 제외하고는
거의 매일 가을비가 추적거렸다. 잦은 비 때문인지
예쁘게 물들어야 할 단풍도 영 말이 아니다. 예쁘단
느낌이 없다. 거무티틱한 잎파리가 바람에 떨어져
땅바닥에 나뒹구는 모습이 영 볼품없다. 생각컨데
이런 가을은 70 평생 처음인 듯하다. 단풍을 보며
말하는 형형색색, 울긋불긋, 알록달록, 만산홍엽은
혼자 마음속으로 중얼거리는 수식어가 아닐까 싶다.
그렇게 좋던 가을은 이제 추억의 한 장면일 뿐인가?
어제 오후에는 부슬거리던 이슬비가 그치고 모처럼
해가 나와 조금 늦게 2次로 심은 무우를 수확했다.
제대로 자라지 못하여 자잘했다. 아내는 이 무우는
짠지 밖에 쓸모가 없을 것 같다며 둘째네와 나눴다.
정말이지 주먹만하여 짠지무우로는 안성맞춤이다.
오늘도 아침나절에 잠시지만 이슬비가 부슬거렸다.
밭일을 해야하나 말아야하나 망설일 수 밖에 없었다.
"에라~ 모르겠다! 비오면 비를 맞으면 되는거지!"
라고 하며 고구마밭에 나갔다. 밭이라고 하기엔 좀
그렇다. 기다란 밭, 한 이랑에 고구마 모종 100개를
심은 것이다. 사실 우리는 고구마 수확이 목적 아닌
고구마순을 꺾어 먹으려고 심은 것이다. 그랬었기에
지금껏 고구마순을 엄청 많이 꺾어 우리도 먹었으며
형제들은 물론 지인들에게 나눔도 상당히 많이했다.
고구미순은 무성한데 과연 알뿌리 고구마가 제대로
들었을까 꽤 궁금했다. 아내와 함께 밭에 나가 먼저
고구마 넝쿨을 뽑아서 걷어냈다. 아내는 고구마순을
꺾을 만큼은 장작집으로 옮겨놓았다. 나머지는 모두
밭고랑에 걷어놓았다. 멀칭비닐을 벗겨내고 드디어
고구마 수확을 시작했다. 먼저 촌부가 도라지삽으로
밭이랑을 파고 아내는 호미로 흙을 긁어내 고구마를
캐냈다. 씨알이 굵지는 않았다. 올망졸망한 것부터
어른 주먹만한 것까지 아주 다양했다. 아내가 좋아
어쩔줄을 몰라했다. 그렇게 캔 고구마가 꽤 넓다란
플라스틱 상자와 양동이 각각 한가득, 이 정도라면
수지맞는 농사다. 모종값 만원 들이고 약간의 정성,
조금의 보살핌이었는데 고구마순 실컷 꺾어 먹었고
나눔도 했는데 고구마를 이만큼 수확을 했으니까.
기나긴 겨울날, 난롯불에 군고구마 구워먹을 생각을
하며 흐뭇하고 뿌듯함에 산골부부는 만족스런 미소,
기분좋은 함박웃음을 웃었다. 얼마 안되는 양이지만
욕심을 부리지않고 적당량만 남기고 나눔을 하려고
한다. 많으면 좋겠지만 여러 집에 나누려고 하니까
양이 적다. 어디에 나눌 건지 생각하며 중얼거린다.
"많아야 맛인가? 마음이 중요한 것이지!"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