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손수 기른 채소 수확하는 기쁨과 보람
2025년 10월 17일 금요일
음력 乙巳年 팔월 스무엿샛날
오늘은 오락가락 다양한 모습의 가을날이었다.
잔뜩 찌푸린 흐린 모습으로 시작한 아침나절에
설마 했더니 이슬비가 부슬부슬하더니만 뒤이어
가랑비가 내렸다. 언제 그랬냐는 듯이 이내 파란
하늘이 드러나는가 했더니 또다시 먹구름이 둥둥,
또 비가 오려나 했다. 아니었다. 하늘을 온통 덮은
구름 사이로 환한 햇살이 비집고 나와 눈이 부셨다.
약간 스산하긴 했으나 가을 햇볕이 이렇게 너무나
반갑고 정말 기쁘고 참 좋은 느낌이었나 싶었다.
하늘 뿐만아니라 땅에서도 가을색을 만날 수 있어
좋은 오늘이었다. 그랬는데 해질녘부터 또 하늘의
심술이 시작되었다. 또다시 비가 내리기 시작하여
지금 이 시각까지 주룩주룩 가을비가 내리고 있다.
이 비는 내일 아침까지 내린단다. 하루가 멀다하고
이어지는 가을비는 이 좋은 계절의 불청객이다.
조금 빠른 감이 있지만 어느새 산골은 김장시즌에
들어섰다. 본격적인 김장을 하기전 먼저 총각김치
부터 담가야겠다는 산골 아낙들의 분부에 드디어
가을채소의 수확을 시작했다. 알타리무우 수확을
했다. 그동안 치아가 시원찮아 총각김치는 먹을 수
없어 알타리무우를 심지않았으나 올해는 치과에
다니며 임플란트를 비롯 치아치료를 하여 이제는
먹을 수 있을 것 같아 한 이랑을 심었다. 뽑아보니
아주 적당한 크기로 잘 자랐다. 아내는 싱글벙글,
처제는 형부 덕분에 너무 좋은 상태의 총각김치를
담글 수 있다며 연신 고맙다며 좋아라 했다.
연일 가을비가 자주 내려 궂은 날씨였지만 배추를
제외한 무우, 알타리무우, 청갓은 농사가 제대로다.
어쭙잖은 농부지만 꽤 튼실하고 알맞은 크기로 잘
자란 알타리무우 뽑아들고 기쁨과 보람을 느꼈다.
뿌듯하고 흐뭇해하는 촌부를 바라보면서 만족스런
웃음을 웃으며 연신 칭찬을 아끼지않은 산골아낙
자매도 덩달아 좋아 어쩔줄 몰라했다. 지난 8월에
자그마한 씨앗을 넣고서 거름도 주고 물도 주었다.
아침은 물론이고 틈만 나면 발걸음 소리 들려주며
정성을 다했다. 그 결과가 오늘의 기쁨과 보람으로
다가온 것이다. 늘 느끼는 것이지만 아주 작은 씨앗
하나가 이렇게 튼실함으로 보답을 하는 것이 정말
신기하면서 흐뭇하고 뿌듯함이다. 솔직히 말하여
돈으로 환산하면 보잘것없는 것이지만 돈보다는
싱싱한 채소를 우리가 손수 길러 자급자족을 한다는
그 자체에 큰 의미를 부여하는 산골살이 재미이며,
맛이고 멋이 아닐까 싶다.
아내는 오늘 봉평 오일장에 나가 촌부가 좋아하는
김치 담근다며 고들빼기를 사왔단다. 뿐만아니라
함께 좋아하는 쪽파김치도 담근다며 잔뜩 사왔다.
아내가 학교에서 오기전에 쪽파를 다듬어 놓았다.
집에 온 아내가 하는 말, "아니~? 그 많은 쪽파를
전부 다듬어 놓은거야? 참 이쁜 짓을 다 하셨네!"
라고 하며 입이 귀에 걸릴 만큼 웃으며 좋아했다.
그 말에 괜시리 어깨가 으쓱하여 한마디 슬쩍했다.
"고들빼기도 다듬을까 했는데 시간이 없었지 뭐야!
당신 데리러 갈 시간이 되어 못했어! 아쉽더만!ㅎ"
그래서 저녁에 총각무우 다듬는 것 도와주는 걸로
대신했다. 생각컨데 이번에 담글 세 종류의 맛김치
맛이 아주 좋을 것이라 여겨진다. 촌부가 꽤 많이
도와주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