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촌부의 단상

[촌부의 단상] 

한밤중의 리모컨 소동


2025년 10월 16일 목요일

음력 乙巳年 팔월 스무닷샛날


연일 이어지는 가을비에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가을이 오는지, 가을이 가는지 모를 지경이었다.

오늘 오후에 올가을 들어 모처럼 가을의 모습이

참 좋구나 싶었다. 파란 하늘, 뭉게구름과 고개를

내민 환한 햇볕, 군데군데 형형색색 물드는 단풍,

올해의 마지막 꽃이 될 가을꽃들의 예쁜 모습까지

이제서야 가을을 느끼게 되는 것 같았다.


가을은 수확의 계절이며, 정리의 계절이기도 하다.

예쁜 꽃이 다 지고 씨앗이 여물기를 기다리던 과꽃,

오래토록 이어진 가을비에 꽃대가 시커멓게 썩었다.

지나다니며 볼썽사나워 비가 멈춘 아침나절 싸그리

뽑아버렸다. 뽑아낸 꽃대는 혹시나하고 여문 꽃씨가

있을까 싶어 모터울 주변 공터에 던져놓았다.


시월도 중순이라서 이젠 가을채소 수확도 생각해야

한다. 가을채소 중에 가장 중요한 배추농사는 아예

망쳤다. 그나마 무우, 알타리무우, 청갓은 그런대로

괜찮은 것 같다. 다행이다. 가을비 때문에 가을채소

농사가 큰 지장을 받은 것은 처음이다. 다음주부터

추위가 시작될 것이라고 하는데 수확을 하려고해도

땅이 질어 그마저 곤란하다. 고구마순도 모두 따고

고구마도 캐야한다. 질퍽거려도 할 순 있지만 흙에

물기가 조금 더 빠져 뽀송뽀송해지면 하려고 한다.

맷호박은 아직도 꽃이 피는가 하면 여기저기 많이

열려있으며 채 익지못하고 커다랗게 자라는 것까지

다양한 모습들이 보인다. 아무래도 머잖아 서리가

내릴때까지 다 익지못할 것 같다. 그래서 어느정도

자라면 애호박일때 따서 우리도 먹고 나눔을 한다.

미처 익지못한 것을 어쩌나 싶었으나 쓸모가 있다는

것을 인터넷 검색을 통해 알 수 있었다. 다행이다.


아침나절 아내가 "엊그제 당신 친구 부부 오셨을때

고구마순 무침을 못해드렸네. 이것저것을 갑작스레

하다보니 깜빡했지 뭐야!"라고 했던 말이 생각났다.

어차피 머잖아 걷어내야 하기에 밭에 있을때 자주

꺾어다 먹어야겠구나 싶었다. 언젠가 아내가 했던

그 말이 생각났다. "한꺼번에 많이 꺾어오지마셔! 

껍질 벗기는 것 힘들어! 먹을 만큼만 조금 꺾어와!"

그래서 한두 끼 먹을 만큼 꺾어 갖다줬더니 웃으며

"이 정도면 용서가 된다니!"라고 했다 현관에 펼쳐

놓고 껍질 벗기는 것을 도와주었다.


우픈 이야기 하나,

요즘 젊은이들이 쓰는 신조어, 우픈(웃지만 슬프다)

일을 겪었다. 어젯밤 아내가 손님 접대하느라 힘이

들었는지 초저녁부터 곯아떨어졌다. 기억이 없지만

밤 10시쯤이었던가? 일어났더니 TV는 켜져있는데

리모컨이 없어졌다며 혹시 2층에 올라왔었느냐고

했다. 아니라고 했더니 그때부터 리모컨을 찾는다며

온집안을 다 뒤지고 다녔다. 그러면서 하는 아내 말,

"치매검사를 받아야 하나? 귀신이 곡할 노릇이네?"

라고 하는 것 아닌가? 순간, 걱정되었고 아내와 함께

리모컨을 찾아 수색전을 펼쳤다. 주부들이 냉장고에

리모컨을 넣는다는 말이 생각나서 뒤졌으나 없었다.

그렇게 몇 시간 한밤중의 리모컨 소동이 벌어졌다.

결국 못찾고 새벽 1시반쯤인가? 그냥 자기로 했다.

못내 찾지못함이라 내색은 안했지만 걱정스러웠다.


그랬는데 갑자기 아내가 "찾았다!"라며 소리질렀다.

"어디서 찾았노?"했더니 "침대와 협탁 사이 모퉁이"

라고 했다. 손전등으로 다 비춰봤는데 참 이상했다.

이거야말로 귀신에 홀린 것이 아닌가 싶었고 그냥

웃었다. 그제서야 걱정은 사라졌다. 언론매체에서

노인들 치매에 대한 프로그램을 봤었기에 만에 하나

아내가 그런 증상이라면 어쩌나 싶었기 때문에...

그럴리는 만무하다. 아내는 매일 음악 들으며 걷기

운동을 한 시간 가량 하고, 책도 많이 읽고, 인터넷

검색을 통해 요리는 물론 온갖 생활상식을 얻는다.

또한 학교에서 초등학교 1~2학년과 함께하는 일을

하기에 자연적인 치매예방을 한다고 여기고 있다.

어찌되었거나 한밤중의 리모컨 소동으로 인하여

우픈 일을 겪기는 했지만 큰 교훈을 얻는 계기가 된

것이라고 여기며, 앞으로 한층 더 육체적인 건강은

물론 정신적인 건강에 신경쓰자고 다짐을 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날짜
4412 촌부의 단상-어찌저찌 하다보니 11월이 왔삤네? 1 2025.11.01
4411 촌부의 단상-모처럼의 예초기 작업 1 2025.10.31
4410 촌부의 단상-좋은 계절, 가을의 실종 2025.10.30
4409 촌부의 단상-가을인가 했더니 겨울이 성큼... 2025.10.29
4408 촌부의 단상-끝물 고추, 끝물 호박을 어이할꼬? 1 2025.10.28
4407 촌부의 단상-손두용 시인 시집발표회 겸 고희연 참석 1 2025.10.27
4406 촌부의 단상-이만하면 수지맞는 고구마 농사이지? 1 2025.10.25
4405 촌부의 단상-삼양주 방식의 고급 막걸리 '취월' 시음 2025.10.24
4404 촌부의 단상-펠렛난로 大환영, 화목난로 빠이빠이~ 1 2025.10.23
4403 촌부의 단상-김장으로 한 해 농사 마무리 1 2025.10.22
4402 촌부의 단상-얼떨결에 하게 되는 김장 1 2025.10.21
4401 촌부의 단상-뒤늦은 자식된 도리를... 1 2025.10.19
4400 촌부의 단상-사서 하는 고생, 대단한 고집 1 2025.10.18
4399 촌부의 단상-손수 기른 채소 수확하는 기쁨과 보람 1 2025.10.17
» 촌부의 단상-한밤중의 리모컨 소동 1 2025.10.16
4397 촌부의 단상-참 고마운 친구 부부 1 2025.10.15
4396 촌부의 단상-리틀 포레스트 보늬밤조림 1 2025.10.14
4395 촌부의 단상-햇볕없이 비로 얼룩지는 가을 1 2025.10.13
4394 촌부의 단상-이젠 너저분함이 싫어서... 1 2025.10.12
4393 촌부의 단상-남다른 기쁨과 보람 그리고 만족 1 2025.10.11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6 7 8 9 10 11 12 13 14 15 ... 231 Next
/ 231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