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참 고마운 친구 부부
2025년 10월 15일 수요일
음력 乙巳年 팔월 스무나흗날
올가을, 10월은 유례없는 가을비가 자주 내린다.
그렇게 가을비로 얼룩진 10월도 보름이 지난다.
초저녁부터 또다시 비를 뿌리기 시작한 오늘이다.
참, 참, 참이라 지껄이며 어이없는 헛웃음을 친다.
이런 가을은 25년 산골살이에서 처음으로 겪는다.
땅은 질퍽거린다. 이러다가 갑자기 추워지면 아주
큰 낭패에 직면하게 될텐데... 하늘을 원망해본들
무슨 소용이 있으랴마는 하도 잦은 비에 걱정스런
마음이라 이러쿵 저렇쿵 넉두리를 늘어놓는다.
오후에는 하얀 구름 사이로 파란 하늘이 드러났다.
마음이 후련해지고 가슴이 확 트이는 그런 느낌이
언제였는지 기억도 나지않는다. 그 푸른 하늘에는
또 구름 사이로 눈부신 햇살이 보였다. 반가웠고
참 기쁘고 너무 좋았다. 이 가을에는 이런 햇볕이
종일, 매일 내려쬐도 모자랄 판인데 허구헌날 비가
이어지고 있으니 농부들 마음은 물에 젖은 솜처럼
축축하고 너무나 무겁다. 언제쯤 환한 미소와 함께
함박웃음 웃으면서 마음이 가벼워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절은 제갈길을 가는 것 같다.
초록초록 녹음이던 나뭇잎은 제각기 나름의 색깔로
물들이고 있다. 흔히들 말하는 만산홍엽, 만산만홍,
형형색색, 울긋불긋, 올록볼록이긴 하지만 여느해
가을과는 다른 불편한 심정이라서 느낌이 다르다.
가을을 즐기기에는 마음이 내키지 않는다고 할까?
늦은 오후, 서울에서 친구 부부가 산골집에 왔다.
친구 부부는 모처럼 만났으니 밖에 나가서 외식을
하자고 했으나 이미 아내가 저녁식사 준비를 하고
있으니 그냥 집에서 먹자고 했다. 이 친구는 정말
심성이 고와 모든 친구들에게 호평을 받는 친구며
촌부에겐 더없이 고맙고 또 고마운 그런 친구이다.
아내는 비록 볼품없는 산골밥상이지만 정성들여
밥상을 준비하여 집에서 대접을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런 아내가 고마웠다. 친구 부부도 너무나
좋아하며 잘 먹는 것을 보는 우리 부부는 뿌듯했다.
우리는 거의 일년내내 잡곡밥을 먹지만 친구네의
식성을 몰라 햅쌀밥을 준비하고, 청국장을 끓이고
닭날개조림, 편으로 썰어 양념에 굽고 잘게 빻은
잣소금을 뿌린 새송이버섯 양념구이, 배추겉절이,
오이지무침, 더덕 고추장 장아찌, 울외 장아찌와
무생채가 전부였다. 몇 가지를 제외한 거의 대부분
우리가 농사를 지은 식재료들이고, 극히 산골스런
밥상이었음에 불구하고 친구 부부는 너무 맛있다며
전부 비웠다. 혹시나 입맛에 안맞으면 어쩌나 하며
걱정했던 아내가 얼마나 좋아하는지 모른다. 음식
준비를 하는 사람은 맛있게 잘 먹어주면 그것 이상
보람은 없는 것이라며 친구 부부가 너무 고맙다고
했다. 후식은 며칠전 늦은 밤까지 만드느라 공들인
리틀포레스트 보늬밤조림과 아내가 만든 수제음료
오미자청으로 마무리했다. 애써 만든 것을 먹을 수
있어 좋다는 친구 말에 아내는 어깨가 으쓱했단다.
친구도 촌부도 술을 즐겨하는 사람인데 술을 못해
많이 아쉬웠다. 하룻밤 묵으면서 술한잔 나누면서
회포를 풀자고 했으나 그럴 사정이 안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리 준비한 듯한 선물꾸러미를 꺼냈다.
아내에게는 고급 실크 스카프를, 섬놈 출신인 것과
술을 즐기는 것을 아는 친구라서 생선과 중국술을
준비한 듯했다. 우리는 마땅한 선물이 없어 7년전
2018년 산에서 캔 더덕으로 담근 더덕주, 우리가
손수 지은 농산물인 무우, 호박, 세 종류의 풋고추,
고구마 순을 자그마한 박스에 담아 보냈다. 도시와
산골에 사는 친구의 두터운 우정을 나누는 것이라
뿌듯한 마음, 흐뭇한 기분이라서 너무나 좋았다.
친구와 제수氏!
찾아주어서 감사했고, 만나서 반가웠고, 함께하여
너무 기뻤고, 참 즐거웠습니다. 다음에는 아무때나
그냥 다녀가시기를...
P.S
오늘 친구 부부와의 만남은 사진을 찍지않았다.
사진보다 마음속 한켠에 담아 고이 간직하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