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리틀 포레스트 보늬밤조림
2025년 10월 14일 화요일
음력 乙巳年 팔월 스무사흗날
한 7~8년전이었던가?
'리틀 포레스트'라는 영화를 극장에서 보지못하고
TV영화채널에서 보았다. 전원적인 낭만이 있었고
시골스러움이 펼쳐져 힐링이 되는 듯한 대리만족을
할 수 있었다. 뿐만아니라 음식과 함께하는 사계절,
자연과 음식의 조화로움에서 일상을 엮어가는 것이
꽤 인상적이어서 두 번씩이나 시청을 했던 기억이
난다. 이미 자연에서 살면서도 먹는 것에 관심이 꽤
많아 도시적인 것보다는 시골스런 먹거리에 관심이
더 많다. 산골살이를 하며 딱히 뭐라고 표현하기는
좀 그렇지만 아내와 촌부는 우리만의 남다른 삶을
동경하면서 먹는 것에 상당히 신경을 쓰는 편이다.
옛날과는 달라서 요즘 세상에는 도시, 농촌, 어촌
그리고 산촌의 음식은 물론이거니와 지역적으로
큰 차이가 없어진 것이 음식문화가 아닌가 싶다.
그래도 가능한 시골스런 음식이 더 좋아 아내에게
부탁을 하곤 한다. 아내 역시 그런 생각이라고 한다.
함께 일하는 아우 부부가 산에서 밤을 주웠다면서
3kg 가까이 주었다. 산밤이고 토종밤이라서 맛이
아주 좋다고 했다. 그런데 같은 날 둘째네가 제천에
다녀오면서 김교수 집에서 밤을 주웠다며 주었다.
뿐만아니라 영주 막내네에서 밤을 많이 주웠다면서
택배로 보내왔다. 갑자기 밤이 잔뜩 들어와 부자가
된 듯했다. 밤을 좋아하는 아내는 싱글벙글...
아침나절, 아내가 과도로 밤껍질을 벗기고 있었다.
그런데 딱딱한 겉껍질만 벗기고 속껍질인 보늬는
벗기지않고 그냥 놔두는 것이었다. 그렇게 한참을
벗긴 밤을 물에 담가놓았다. 그때서야 밤으로 뭘
하려고 텁텁한 보늬는 벗기지않고 물에 담가놓는
것이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리틀 포레스트 영화에
나오는 밤조림을 만들어 보려고 한다는 것이었다.
과정이 만만찮다고 했다. 밤껍질을 일일이 까야만
하고, 베이킹소다를 넣은 물에 장시간 담가 떫은
맛을 우려내야하고, 물을 번갈아가며 세 번을 삶아
내야하고, 마지막으로 물에 행군 다음 설탕, 간장,
와인을 넣고 졸여야 한다고... 그렇게 하느라 늦은
밤, 자정이 넘어서야 완성이 되었다. 맛있는 밤을
먹으려면 이렇게도 시간이 많이 필요한 것일까?
그냥 먹어도 맛있는 밤인데 아내의 정성과 많은
시간의 소요로 인하여 탄생한 보늬밤조림이라서
그런지 맛이 더 있긴 하다. 아내는 실패작이라고
하는데... 그렇지만 모험심이 강한 아내의 노력은
높이 살만하다. 또한 촌부 입맛에는 아주 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