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햇볕없이 비로 얼룩지는 가을
2025년 10월 13일 월요일
음력 乙巳年 팔월 스무이튿날
오늘 또 가을비 이야기로 시작한다.
한마디로 말해 비가 싫다!
연일 이어지는 비가 정말이지 싫고 지긋지긋하다.
어떻게 가을비가 여름날 장마철에 내리는 비보다
더 자주, 더 길게, 더 많이 추적추적 거리는 것일까?
자연현상, 하늘의 뜻에 순응하려는 그 마음 보다도
원망스럽고 심지어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욕이라도
한바탕 쏟아붓고 싶은 그런 촌부의 심정이다.
오늘 아침 바깥에 나가 단지를 한바퀴 돌아보다가
계수나무가 노랗게 단풍으로 물든 것을 발견했다.
꼭대기는 이미 단풍이 지고 있었다. 그동안 단풍이
지는 걸 모르고 지냈다. 연일 추적거린 비 때문이다.
이러다가 가을을 느끼기도 전에 가을이 가버리는
것은 아닐까? 다른 나무에 비해 단풍이 일찍 드는
것이 달속에 있다는 그 계수나무, 우리집에도 있는
나무이다. 잎파리가 예쁜 계수나무는 여름날에도
프르름이 좋고, 가을날 단풍이 들어도 참 예쁘다.
이른 아침, 7시에 집에서 출발, 식물원으로 향했다.
도착하여 동료들과 아침 미팅을 하며 커피 한잔을
하다가 스마트폰을 열었더니 친구가 6:33에 카톡
보낸 것을 두 시간이나 지난 뒤에서야 보게 되었다.
전날 연일 추적거리는 비가 정말 지겹다고 썼더니
위로와 격려를 해주느라 보낸 응원의 메시지였다.
이 촌부의 산골살이를 응원하는 참 고마운 친구다.
늘 힘이 되어주는 학창시절 짝꿍 ㅇㅂ이, 고맙네.^^
"오늘도, 내일도 강원지역에 비가 온다는데,
우짜노? 그냥 순응하며 사시우! 화내지 마시고...
작물들이 한 여름엔 뜨거워서 녹아내리고,
씨잘데기 없는 가을비엔 짓물러 썩어나가고...
바라보는 용식이 맘도 문드러지고..
걱정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니 그러려니 하구
맘 푸시우... 오늘도 빗길에 미끄러지지않는 걸
목표로 힘내시구려!"
오늘이 10월 13일,
13일이 지나는 동안 단 이틀 비가 내리지 않았다.
그 중에 하루는 흐렸고 단 하루 햇볕을 구경했다.
이런 가을은 70평생 처음이지 싶다. 도시생활에는
비가 내리든 말든 별지장이 없고 큰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농사를 짓고 식물원에 일을 나가는 촌부의
산골살이에는 많은 애로가 있는 것이다. 제아무리
촌부가 궁시렁거린다고 하늘이 알아줄리 만무해도
연일 가을비 이야기로 일기장을 도배하고 있으니...
식물원에서 우의를 입고 브로워를 짊어지고 빗속을
누비며 빗물에 젖어 축축한 낙엽을 바람으로 불어
치우다보니 괜시리 짜증이 나고 원망스러워 하늘을
쳐다보며 "에이씨, 비 그만 내려주란 말이오!"라고
했다. 그랬더니 하늘이 노했는지 비가 더 거세게
내리는 것이 아닌가? "젠장이다, 젠장~!!!"
15년만에 난로를 교체하기로 하고 주문을 했다.
화목난로를 펠렛난로로 바꾸기로 한 것이다.
그동안 땔감나무 마련하는 것을 힘든 줄도 모르고
재미삼아 즐겁게 나무를 해오고 자르고 쪼개고 또
장작을 쌓고 꺼내고를 했다. 그런 모습을 본 아내가
이제 그 힘든 일을 그만하고 펠렛난로로 바꾸자고
했다. 땔감나무 장만하느라 고생하는 촌부 모습이
안스러워 정말 보기싫다고, 이젠 좀 편히 살자고...
아내 말도 일리가 있다 싶어 심사숙고 검토하다가
드디어 오늘 업체에 전화로 구입하기로 합의했다.
다음주 목요일 설치하기로 약속하고 계약을 했다.
15년 넘는 세월동안에 우리에게 따뜻함과 더불어
산골스런 정취와 멋을 주었던 화목난로가 고맙다.
아내는 화목난로와 헤어지려니 만감이 교차한다며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난로가 들을 리는 없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