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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부의 단상

[촌부의 단상] 

남다른 기쁨과 보람 그리고 만족 


2025년 10월 11일 토요일

음력 乙巳年 팔월 스무날


어제에 이어 오늘도 가을비 내리는 날이다.

올가을은 정말이지 이상하리 만큼 비가 잦다.

이상 기후인지, 지구온난화의 영향인지 모른다.

학술적이고 전문적인 것은 알지도 못할뿐더러

설령 안다고 하더라도 자연현상이라서 어찌할

도리도 없음이라서 그러려니 하지만 어쭙잖은

농부의 마음은 심히 걱정스럽다.


아열대지역 우기처럼 너무 가을비가 오래오래

지속되다보니 농작물은 형편이 없다. 가을채소

배추는 진무르고, 여물어야할 야생화 씨앗들은

썩는다. 뿐만아니라 들깨 또한 씨앗이 익기전에

시커멓게 썩어가고 있다. 햇볕에 마르면서 씨가

여무는 것인데 연일 비가 내려 햇볕을 구경할 수

없고 일조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들깨 수확은

포기하고 말았다. 들깻잎 따서 먹었고 장아찌를

담가놓은 것으로 만족하기로 한다며 아쉬워하는

아내 말에 자연이 주는 만큼에 감사하자고 했다.


오늘 아침은 늦잠을 다 자고 말았다.

2주만에 나갔던 식물원에서의 일이 힘들었을까?

오랜만에 브로워를 짊어지고 빗속에서 일을 하여

그랬던 모양이다. 탐방로 오솔길에 쌓인 낙엽이

장난 아니었다. 그뿐만아니라 산딸나무의 열매는

길바닥에 엄청 많이 떨어져 으깨져서 지저분했다.

우리 시니어 다섯 식구는 열심히 치웠다. 이 모습

본 식물원 관계자는 "어르신들이 쉬시는 동안에

많이 아쉬웠지요. 깔끔하게 다 치워주셔서 고맙고

감사합니다. 어르신들은 우리 식물원 보배입니다."

라고 하여 모두가 어깨를 으쓱했다. 이 나이에도

우리를 필요로 하는 곳에서 일을 할 수 있음이라서

너무 좋다. 오히려 우리가 감사할 따름이다.


올가을에는 자주 난롯불을 지핀다. 여느해 가을에

비해 빠르다. 머잖아 펠렛난로로 교체할 예정인데

15년 넘게 정든 화목난로를 철거하기전에 실컷 

정취를 즐겨보려고 오늘 아침에도 장작을 넣고서

불을 지폈다. 아내는 어제 첫수확을 한 고구마로

군고구마를 구웠다. 아주 맛있다. 생일날인 어제

아내가 저녁에 둘째네와 닭갈비를 볶아 먹자면서

고구마가 필요하다고 하여 아직은 캘 시기가 아닌

고구마를 조금 캤더니 우려와 달리 덩쿨 두 개를

걷었더니 고구마가 달려나왔다. 아내는 신기한 듯

좋아라 했다. 둘째네와 함께 고구마 넣은 닭갈비,

채 썰은 생더덕과 배에 잣소스를 잔뜩 끼얹어 만든

더덕샐러드로 맛있게 식사했다. 또 아내가 정성껏

만든 약식(약밥)으로 후식까지... 


아내가 한 말씀,

"드디어 당신 칠순 주간이 이걸로 마무리를 됐네."

라고 하여 우리 모두 웃었다. 고맙고 감사했는데

저녁에 아내가 소리를 질렀다. "이게 뭐야? 보소!

아들이 거금을 보냈어! 이놈 왜 이러는가 몰라?"

아들 녀석이 완전 서프라이즈를 연출하고 말았다.

아내가 "무슨 돈을 이렇게 많이 보냈느냐?"했더니

아들 曰, "이건 아들의 작은 정성이니 부담없이

받으시라요.ㅎㅎ"라고 답장이 왔다며 좋아했다.

행복이 뭐 별 것 있겠는가? 가족간에 서로 믿고,

서로 배려하며, 작은 정성을 나누는 것이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이며, 살아가는 의미가 아니겠는가

싶다. 이렇게 칠순 주간을 즐겁게 마무리를 했다.

남다른 기쁨, 남다른 보람, 남다른 만족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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