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호사다마(好事多魔)라고 했던가?
2025년 9월 23일 화요일
음력 乙巳年 팔월 초이튿날
24절기 중 열여섯 번째 절기,
밤이 점점 길어지기 시작한다는 추분(秋分)이다.
지난 여름에 그렇게도 폭염으로 고생을 시키더니
어느새 찬바람이 나서 짧은 옷이 부담스러운 계절,
가을이 우리들 곁에 와있다. 엊그제 아침에는 처음
호호 입김이 나기도 했다. 숲은 점점 훵해지고 있다.
푸르름으로 뽐내던 풀과 나뭇잎은 생기를 잃어간다.
가을이다. 좋은 계절이다. 내가 좋아하는 계절이다.
지난 며칠은 참으로 길게만 느껴졌다.
우리의 일상이 좋은 일만 있으면 걱정이 없겠지만
그건 우리의 바람일 뿐이다. 세상사는 굴곡이 있기
때문이다. 무슨 안좋은 일이 있으면 내 탓임을 인식
하지못하고 그 누군가를 원망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 대상은 뚜렷하지않다. 가장 많이 원망하는 것은
하늘이다. 우리의 삶은 하늘의 뜻에 따라 좌지우지
된다고 믿어왔기 때문에 그렇겠지?
이상하게도 좋은 일 뒤에는 안좋은 일이 한꺼번에
몰아치는 것을 보면 그 옛날부터 그래왔던 것 같다.
이런 경우을 두고서 호사다마(好事多魔)라는 말이
생겨난 것이 아닐까 싶다. 그렇게도 혹독한 폭염을
잘 견디고 이겨낸 여름이 가고 이런저런 산골살이
일상이 평온하기만 하여 유유자적(悠悠自適)하며
'참 좋구나, 늘 이랬으면 좋겠구나!'라고 했는데...
지난주 초에 느닷없이 온수관이 터지는 일이 생겨
지난 5월에 리모델링을 했던 1층 욕실을 깨부셔야
했다. 터진 온수관을 찾아 욕실 해체를 해놓고보니
25년전 건축을 하며 설비공사가 부실했음을 발견,
충격을 받았다. 정말이지 내 마음과 같지않음이라
당시 공사를 했던 설비업자를 원망했지만 그래봤자
아무 소용없는 일, 수습을 하느라 또다시 돈을 들여
멀쩡한 욕실공사를 해야만 했다. 설비업자가 사흘,
타일업자가 이틀을 공사하여 어젯밤 마무리되었다.
그뿐만인가? 같은 시기에 모터울에 물이 차올라서
물을 퍼내느라 허리가 아플 지경이다. 도시와 달리
우리는 지하 150m에 매장된 암반수를 끓어올려
집과 카페, 펜션등으로 지하수를 공급하여 먹는다.
그러려면 시설주변에 모터울을 설치하여 지하수를
끌어와야한다. 혹한의 겨울에 모터가 얼지않도록
최소한 1m 넘게 땅을 파 지하에 모터울을 만들어
놓았다. 세월이 오래되어 그런지 시설 틈새로 물이
새고 물이 찬 것이다. 전기로 작동되는 모터가 들어
있어서 물이 차고 습기가 생기면 안되는 시설이다.
이또한 완벽한 시공이라고 할 수 없으니 그 누구를
탓하겠는가? 제대로 관리를 못한 내 탓인 것을...
이런 와중에 '문명의 이기'(文明의 利器)가 우리의
우리의 일상을 뒤흔들어 놓는 것임을 새삼 느꼈다.
스마트폰이 완전 망가되어 손발이 묶여버린 듯했다.
이래저래 심란하고 복잡한데 모든 것이 들어가 있는
스마트폰까지 말썽을 부려 짜증에 부화가 치밀었다.
원주에 나가 스마트폰을 교체만 하면 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런이런... 사람의 두뇌와도 같은 것이
완전 망가돼 복구불능상태라고 했다. 참 심각했다.
수많은 이들의 전화번호, 소통하던 이들의 카톡과
단톡방이 깡그리 사라졌으니 말이다. 구글 동기화,
네이버 동기화를 해놓은 것 같았는데 영문을 모를
일이었다. 나름 단도리를 잘한다고 생각을 했는데
그게 아니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지난 며칠동안은
여기저기 연락처를 수소문해 다시 입력을 시키느라
애를 먹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아이러니한 일이다.
어찌되었거나 몸도, 마음도 어수선했던 일들이 다
마무리가 되어 드디어 오늘부터 정상적인 일상을
되찾은 아침을 열어 기쁜 마음의 하루를 시작한다.
오늘의 화두를 호사다마(好事多魔)라고 붙여놓고
여드레 만에 '촌부의 단상'을 재개한다. 그동안에
많은 분들이 무슨 일이 있느냐며 연락 주셨다는데
스마트폰이 망가돼 볼 수 없었고 스마트폰 교체후
사라진 전화번호 때문에 제대로 연락을 접할 수가
없었다. 어느 정도 복구가 되었으니 그동안 걱정을
해주신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