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비오는 날, 산골은...
2025년 9월 13일 토요일
음력 乙巳年 칠월 스무이튿날
아침 18도, 한낮 21도, 종일 서늘한 하루였다.
어제부터 가을을 재촉하는 비가 꽤 많이 내렸다.
설다목에 내린 이틀간의 강수량이 73mm란다.
몽땅 강릉으로 모두 다 보냈으면 하는 마음이다.
다행히 강릉에도 100mm 가량 비가 내렸다고
하는 정말 반가운 소식이다. 그렇지만 긴 가뭄을
해소하기에는 부족하단다. 최소한 200mm쯤은
더 내려야 한다고... 같은 강원도민으로서 강릉의
식수난이 하루빨리 해결이 되었으면 좋겠다.
주룩주룩 비가 내리는 아침에 우산을 바쳐들고
어슬렁거리고 기웃거리며 밭을 둘러보러 나갔다.
싱그럽다. 아내는 매일 아침운동을 하며 밭가를
지날때 가을채소에게 이렇게 중얼거린다고 했다.
"배추야, 무우야, 알타리야, 청갓아! 제발 병들지
말고 아프지도 말고 튼실하게 잘 자라거라! 그게
이 할매 요즘 소원이란다. 잘 부탁해! 사랑한다."
촌부도 마찬가지다. 두 말 할 것 없는 산골부부의
바람이다. 지금까지는 잘 자라고 있어 다행이다.
다른 사람들의 생각이나 느낌이 어쩐지는 알 수
없으나 비가 내리는 날에 꽃을 바라보는 마음은
더없이 느낌이 참 좋다. 빗물을 머금어 청초로운
것은 물론이고 꽃잎에 대롱대롱 매달려 떨어질듯
말듯 맺혀있는 물방울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개미취, 참취, 잔대의 꽃에 매달린 물방울이 좋은
산골의 주말 아침에 촌부는 자연에 사는, 산골에
사는 보람을 느끼게 된다. 도시에서는 어디 이런
모습을 보고 살필 수 있으랴?
아침에 아내가 "비도 내리고 꿉꿉하고 눅눅한 것
같은데 난롯불을 좀 지펴주면 안될까? 라고 했다.
"아따, 그기 뭐 어렵겠노? 곧바로 피워 주꾸마!"
라고 대꾸하고 장작을 들여와 난롯불을 지폈다.
비내리는 날, 벌겋게 타는 장작불과 소리가 참
좋다. 이내 뽀송뽀송하다며 좋아하는 아내였다.
어쩌면 오늘이 십수년 우리를 따스하게 해줬던
정든 이 난로에 불을 지피는 것이 마지막일 수도
있다. 참 정이 많이 들었던 고마운 난로인데...
난롯불이 좋긴 하지만 땔감용 장작을 마련하는
일이 생각처럼 그렇게 쉽잖은 일이다. 산에 가서
나무를 해와야 하고 엔진톱으로 토막 내야하고
장작을 쪼개야 하며 겨우내 쓸 양을 장작집에다
쌓아놓아야 한다. 예전에는 도끼질로 쪼갰지만
지난해부터는 유압도끼를 장만하여 그리 힘들지
않게 쪼갰다. 그 일도 보기에는 쉬워보여도 꽤나
힘들다. 아내는 이런 촌부 모습이 늘 안타깝다고
했다. "나이 70인데 이제 좀 편하게 살자!"라고
아내가 펠렛난로로 바꾸자 했다. 나름 심사숙고
하다가 아내의 말이 틀린 말이 아닌 것 같았다.
그래서 다음 주엔 펠렛난로를 구입하여 설치를
할까 싶다. 십수년 함께한 난로에게는 미안하다.
그건 그렇고,
뜬금없이 아내가 "점심 뭐 먹을까?"라고 했다.
"비오는 날이라 따끈따끈한 칼국수가 땡기네!"
라고 했더니, "뭐 어려울 것 있겠소. 그럽시다!"
라고 했다. 이내 주방에서 뚝딱거리는 소리가
나는가 싶더니 "이것 좀 도와주시오!"라고 했다.
칼국수엔 배추겉절이가 잘 어울린다며 만들어
놓은 양념에 배추를 넣고 조물조물 무쳐보라고
하여 일회용 비닐장갑을 끼고 아내 분부 거행,
차려놓은 점심밥상은 그야말로 완전 간단했다.
칼국수에 반찬이라고는 겉절이 하나뿐이라서
소박하기 짝이 없지만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는
멋지고, 맛난 산골밥상을 우린 사랑하고 즐긴다.
우린 긴 세월 산골에서 살아오는 산골부부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