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첫얼음이 얼었다.갑작스레 기온이 곤두박질을 쳐서 오늘 아침 올 가을 들어 첫얼음이 얼었다. 까만 싱글 지붕에는 서리가 내려앉아 온통 하얗게 덮었고 장독대 두껑에 고인 물이 바짝 얼었다. 코끝이 찡하다. 꽤나 차갑다. 도대체 몇도나 되었길래 갑작스레 아침의 모습이 이렇게 바뀌었을까? 여섯시반에 0도이니 한 새벽에는 빙점 이하였을 듯하다. 짧은 가을은 이렇게 맥없이 물러가려나 보다. 아직 할 일도 많고 겨울채비도 제대로 다 못했는데... 첫 추위에 호들갑을 떠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지만 왠지 마음이 조급해진다. 어제까지 싱싱하던 배추와 무우도 차가운 서리에 못이겨 축처져 있다. 이 정도의 추위와 서리는 이겨내고 햇볕이 나면 다시 회복할 것이다. 그래도 그 모습이 촌부의 눈에는 안타깝게 보인다.
어제 잠시 원주에 볼 일이 있어 다녀와 밭에 나가 이런저런 일을 하고 있는데 마을아우가 전화를 주었다. "형~ 안 바쁘면 잠시 집앞 하우스로 오셔~"라고 하여 내려갔다. 그렇잖아도 저녁무렵에 잠시 내려 가려고 했는데... 아직 논에는 누렇게 익은 벼가 고개를 숙이고 있었고 집입구 잣나무를 감아 두르고 올라가 엉켜있는 담쟁이덩굴의 모습이 마치 인위적으로 만들어 놓은 구조물처럼 보였다. 자연 그대로의 장식물이라 더 멋지다. 하우스에 들어갔더니 우와~ 감자를 산더미처럼 캐다 쌓아놓고 박스작업을 하고 있었다. 내외가 억척스레 농사를 짓는 줄은 알지만 정말 엄청나다. 저 많은 감자를 언제 다 선별을 하여 박스에 담는 작업을 할지... 그래도 내외는 웃으며 촌부를 맞아주었다. 그 웃음은 참으로 흐믓함과 반가움이 녹아있는 웃음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호주머니에 늘 차고 다니는 장갑을 끼고 작업을 도우려하니 참으란다. 선별이 그리 쉬운 것이 아니라며... 무슨 일이냐고 물었더니 "감자 좀 갖다 드시라고..."라고 하며 손가락질을 하는데 보았더니 마대에다 감자를 가득 담아 두었다. "저걸 다 갖다 먹으라고?" 했더니 "얼마 안되는데 드시고 더 갖다 드셔~" 란다. 세상에 마대에 가득 담아 주면서 또 더 갖다 먹으라니 어안이 벙벙하다. 제수씨는 전날 준 산사가 아마도 적었을 것이라며 오면 준다고 비닐봉지에다 더 담아 놓았다. 그렇잖아도 산골아낙이 몽땅 효소를 담그는 바람에 술을 담그고 싶어 더 얻으려고 했는데 먼저 알고 주다니 이런이런 촌부의 마음을 들켜버렸나 보다. 이렇게 늘 많은 도움을 마을아우 부부에게 고맙고 미안한데 제대로 보답할 것이 없다. 조금 한가해지면 삼겹살 몇근 사다가 구워 식사라도 한번 대접하는 수 밖에 방법이 없다. 아마도 이런 정겨움에 13년이란 세월을 타지에 와서 잘 정착하고 사는 것이 아닌가 싶다.
훈련나온 병사들이 방한복에 방한장갑 방한화를 하고 있어 깜짝놀라 둘러보니 그늘진 산기슭에 백설이 그냥있어...
갑자기 가슴이 답답해지고 제대못하고 죽을수도 있겠다는 생각에...강원도 겨울은 무서워.
그보다 위에서 고생하는 동포들을 생각나게 합니다. ㅜ 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