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하는 일도 없는 한여름날의 일상
2025년 7월 30일 수요일
음력 乙巳年 閏유월 초엿샛날
오늘은 삼복(三伏) 중 가운데 드는 중복(中伏),
아침은 근래 가장 높은 기온 22.5도로 시작했다.
여전히 한낮은 이글이글 끓는 듯한 태양이 뿜는
폭염이었다. 수은주는 33.6도까지 훅 치솟았다.
덥긴 덥다. 잠시잠깐 바깥에 나가도 화끈거리는
느낌이고 땀이 줄줄 흐른다. 들어오자마자 물을
뒤집어 쓸 수 밖에 없는 그런 무더위라고 할까?
이런 염천(炎天)을 두고 우리 조상님들 표현은?
'삼복 더위에 소뿔도 꼬부라진다'
'삼복 지간에는 입술에 묻은 밥풀도 무겁다'
라고 했다. 비유가 참 재밌고 지혜롭기까지 하다.
노란 달맞이꽃 피고지고 어느새 7월도 막바지,
초순에는 극심한 가뭄, 중순에는 폭우가 쏟아져
걱정이더니 하순으로 접어들면서 극심한 폭염이
애를 태우고 있다. 농부의 심정은 하루도 편하게
마음을 놓을 수가 없는 7월이 아니었나 싶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견디고 이겨내 수확의 기쁨을
주는 농작물들이 참 고맙다. 아침마다 호박밭에
들어가 막대기로 잎을 뒤져 숨어있는 애호박을
따고, 실패작이긴 하지만 가느다란 가지도 따고,
올해도 주인장 촌부의 정성에 보답이라도 하듯
잘 자라 붉은색, 노란색 검초록의 잘익은 열매를
안겨주는 방울토마토 하나하나 일일이 따면서
흐뭇한 미소를 짓게 되는 아침이라서 뿌듯하다.
아직은 자연마트 장바구니가 풍성, 푸짐하다.
폭염에도 불구하고 꽃들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이른 아침, 밭에 나가다가 늘 서있던 참나리가
보이지않았다. 이상하다 싶어 찾아보니 바닥에
쓰러져 있는 것이 아닌가? 꽃무게를 못이겨서
자빠진 것이 분명했다. 지지대를 박아놓고 세워
놓았더니 줄기가 부러지지 않아 괜찮아 보였다.
메리골드 꽃이 한창이다. 눈 건강에 좋은 효능이
있다는 꽃차를 만들어 보면 좋을 것 같은데 그게
잘 안되고 늘 마음뿐이다. 자꾸만 게을러져서...
저녁무렵에 바람 쐬러 나갔다가 더덕꽃망울이
돋아나는 것을 발견했다. 살펴봤더니 군데군데
꽤 많이 맺힌 모습이 보인다. 머잖아 종처럼 생긴
예쁜 꽃이 필 것 같다. 더덕꽃은 한여름에 핀다.
바우골 형수님이 불러 블루베리를 잔뜩 주셨다.
그냥 먹어도 되지만 상품가치가 없는 것이라며
잼을 만들어 먹어라고 하셨다. 아내가 하필이면
더운 중복날에 블루베리 잼을 만든다면 불앞에
서있었다. 잼을 만드려면 오랫동안 졸여야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생을 마다하며 정성을 다
하는 아내가 대단하고 고맙다. 잘 만들어졌단다.
식빵을 구워 블루베리 잼을 발라서 먹어보란다.
기왕 아내 자랑을 한 김에 하나 더, 중복이라고
복달임으로 삼계탕을 끓여주어 맛있게 먹었다.
본인은 입에 대지도 않으면서 챙겨주는 마음이
참 고맙다. 희한하게 아내는 닭띠라서 그런지
닭고기를 먹지않는다. 어린시절 시골에서 닭을
잡는 걸 본 이후로 안(못)먹는다고... 어른들이
닭모가지를 비틀어 잡는 것을 봤던 모양이다.
요즘과 달리 예전에는 집에서 닭을 잡아 손질해
먹었던 시절이었기에 어린나이에 충격이 컸던
것이 트라우마로 남아 그런 것이 아닌가 싶다.
저녁때 마을 아우들이 카페에 차 마시러 왔다며
불러 아내와 함께 내려가 얼마전에야 올라왔다.
갑작스레 '청바지클럽'의 번개팅이 되고 말았다.
일기를 쓰다 말고 내려가 한참을 놀다가 뒤늦게
부랴부랴 횡설수설이다. 지각일기라고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