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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부의 단상

[촌부의 단상] 

한여름날의 예초기 작업


2025년 7월 27일 일요일

음력 乙巳年 閏유월 초사흗날


이른 아침 다섯시 반,

일출 시간이 되었지만 안개가 자욱하고 뿌였다.

"한낮에 또 얼마나 더우려고 안개가 자욱할까?"

혼자 중얼거리며 농기구 창고로 걸음을 옮겼다.

참, 내려오기전에 살펴봤던 온도계의 수은주는

영상 20도에 멈춰있었다. 하지만 안개 때문인지,

안개비 때문인지 더운 느낌은 없었고 서늘하였다.


날은 잘 골랐구나 싶었다.

며칠전부터 해야지, 해야지 마음속으로 다짐했던

일이 있었다. 단지 곳곳에 무성하게 자란 풀이 영

못마땅하고 늘 마음에 걸렸다. 예초기로 확~ 깎아

버려야하는데 그게 그렇게 잘 안되는 것 아닌가?

일이야 마음먹기에 달린 것이지만 한 열흘 가까이

뒤늦은 장맛비가 오락가락을 했었고 바로 뒤이어

머리가 벗겨질 듯한 폭염이 이어져서 감히 엄두를

못냈다. 


하지만 더는 안되겠구나 싶었다.

핑계같지만 하루 걸러 식물원에 일을 나가는 것이

부담스럽기도 했다. 불과 10년전 젊은 시절에는 

하루종일 일을 하고 와서 저녁무렵, 아침 일찌기

예초기를 돌리곤 해도 힘든 줄 몰랐고 거뜬했다.

하지만 내 나이도 이제 70이라 마음뿐이지 몸이

예전과는 현저히 다른 느낌이다. 그래도 어차피

내가 해야하는 일이라서 드디어 오늘 큰맘 먹고 

예초기를 짊어졌다.


솔직히 말해,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인 일이다.

단지 초입의 카페는 둘째네가 영업을 하고 있긴

하지만 손님들이 단지 둘러보는 것은 거의 없다.

눈에 거슬리는 것은 우리 식구들 생각일 뿐이다.

뿐만아니라 너저분해 보이는 것은 남들 의식을

하는 것이 아니라 내 스스로 그런 꼴 못보는 것,

그래서 남들이 잠들어 있는 이른 시간에 혼자서

부지런을 떨었던 것이다. 장맛비와 폭염에도 참

많이, 크게, 잘 자란 풀들이 대단하구나 싶었다.

연료를 가득 채워 우선 진입로부터 잘랐다. 흔히

예초기로 풀을 자를 땐 '깎는다, 밀어버린다'라고

표현하곤 한다. 거침없이 도로에 삐져나오는 풀,

꽃이 피지않는 잡목들을 깎아버렸다. 길바닥으로

흩어진 풀은 그냥 놔두어도 말라비뜰어지게 되어

일부러 치울 필요는 없다.


풀깎기 예초기 작업 순서는

카페 주변, 바베큐장 부근, 퇴비장 가는 길, 아내

운동길인 큰밭사잇길, 건너편 여백의 빈터, 단지

중앙통로, 정원 사잇길, 펜션주변, 이서방 목공실

앞마당과 옆쪽, 버섯사 앞쪽 효붕이 서있는 여백

주차장의 무성한 풀을 깔끔하게 전부 깎아버렸다.

몇 군데 못한 곳이 있긴 하지만 이 정도면 마음에

든다. 내가 봐도 깔끔해 남들이 봐도 게으르다는

말은 안 듣겠지 싶다. 한참 깎고 있었는데 아내가

나와 "이 한여름 무더위에 도대체 뭐하고 있어?"

라고 하며 "그만하고 어서 들어와!"라며 성화였다.

그러든가 말든가 생각했던 풀깎기를 모두 마치고

났더니 무려 3시간이 걸렸다. 5시반~8시반까지


일을 마치고 집에 들어가려고 했더니 

아내가 현관 다용도 창고 앞에 기다리고 있었다.

"아구야! 이게 뭣꼬? 얼굴이 다 익었네 익었어!

그러다 더위 먹으면 어쩌려고 무리를 하냐구?"

라며 걱정을 했다. "안개속이라 괜찮더라!ㅎㅎ"

했더니만 "웃음이 나오냐? 몰골이 말이 아닌데..."

라고 하더니 "어서 씻고 밥묵자! 수고 많았어!"

찬물 뒤집어 쓰고나서 밥을 먹었더니 꿀맛이었다.

오늘 한낮은 여전히 폭염, 34도였다. 그렇긴 해도

파란 하늘에 떠있는 구름이 참 좋았다. 한가롭게

볼 수 있어 그랬겠지? 에어콘 없어도 아주 시원한

집안에 하루종일 푹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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