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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숭례문이 타버렸습니다.
숭례문이 사라졌습니다.
숭례문이 죽어버렸습니다.
숭례문을 죽였습니다.

어제 새벽에 다른 사람을 통해서 들은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듣고 그런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생각했습니다.
하필이면 여러번 망설이다가 강행한 집사람과의 일본 여행중에 그 소식을 들은 겁니다. 숭례문은 그 옛날 왜구들이 쳐들어왔던 문이라지요

숭례문, 글자 그대로 예(禮), 예절을 숭상하도록 하자는 국시를 기리는 문입니다. 조선 태조 이성계가 인(仁)의(義)예(禮)지(智)를 본따서 조선의 수도인 한성에 4대문을 두어 흥인지문(興仁之門), 돈의문(敦義門), 숙정문(肅靖門, 옛이름 肅淸門)과 함께 숭례문을 세우고그 사이사이에 음양오행에 맞추어 4소문인 혜화문(惠化門, 동소문), 소덕문(昭德門, 서소문), 광희문(光熙門, 수구문), 창의문(彰義門, 자하문)을 두어 8개의 문을 둔 다음에 그 가운데에 보신각을 세웠다고 합니다.

숭례문은 남쪽을 향해있어 남대문이라고 불리우는데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6.25.를 무사히 넘겨온 610여년의 풍상과 역사를 겪어왔습니다.  벽돌위에 단순히 오래된 나무로 지은 대문이 아니라 숭례문은 우리민족의 영혼이요 우리 국가의 기백이며 우리 후손을 가르칠 역사입니다.

숭례문은 관악산과 함께 불(火)를 뜻합니다. 그래서 관악의 화기를 누르는데 한강이 있고, 숭례문의 화기를 누르기 위하여 숭례문앞에 연못도 파두었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런건가요? 힘겹게 유지하던 그 조화가 어찌어찌하여 깨지고 그 화기가 본색을 드러내고 솟아올라 숭례문을 불살랐습니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仁도 아니고 義도 아닌 禮를 숭상하는 문이 탔을까요?  다른 무엇보다도 우리의 禮節이 무너지고 앞뒤가 바뀌고 노소가 헝클어지고 남녀의 금도가 사라져가고 패악의 조짐들이 늘어나는 우리 사회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의미는 아닌가요?

이미 갈갈히 찢겨져 사회 질서에 전후좌우가 분명하지 않게 되고, 고저노소가 뒤바뀌는 세태를 숭례문이 온 몸을 불 살라 우리에게 깨우침을 주려는 마지막 절규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갑자기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동안 우리가 조상들이 남긴 소중한 문화재에 대해 얼마나 무관심하였던가요? 서울에만 보더라도 광교를 냄새 나는 청계천 지하에 오랜 세월 가두어두었다가 최근에야 햇빛을 보게 하고, 1960년대에 낙산의 바위에 강세황이 홍천취벽(紅泉翠壁)이란 멋진 글씨를 남긴 것을 그냥 땅속에 묻어버리고, 또 덕수궁 돌담을 태평로 넓힌다고 없애고 철책으로 대체하고....

종로, 중구 일대를 걷다보면 단지 예전에 이곳에 무엇이 있었다는 조그만 표지석만 남아있는 것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죽은 아이의 남은 신발 한 짝 바라보는 심정입니다.

범인은 70대 노인으로 토지보상금이 부족하다고 화가 나 불을 질렀다는 데 이것도 뭔가 말이 안되는 미친 일입니다. 노욕! 욕심이 불러온 재앙이네요

서울에서 가장 가까이 있으면서 철저히 무시했던 숭례문.  소잃고 나서야 소가 얼마나 고마운지 알아낸 들 이제 와서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현판 건진 것도 그나마 다행이지만, 죽은 사람에게서 명함 한 장 건졌다 한 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생각할 수록 화가 나고, 미안하고, 조상님들 뵐 면목이 없네요. 까맣게 타버린 숭례문의 잔해 사진을 보면서 또 한 번 제 마음도 탑니다.

우리 칭구들고 같은 마음이고, 같은 심정이겠지요.
싸늘한 칼바람 만큼이나 속이 차갑습니다.

삼가 숭례문의 명복을 빕니다. 부디 숭례문의 혼백이 이 땅에 사는 철부지 후손들의 잘못을 용서하여 주기를 간절히 빕니다.


  • 한봉수 2008.03.19 22:22
    내 마음도 까맣게 타 들어 갔습니다. 남들은 없는 과거도 만들어 관광에 이용하는데 우리는 있는 것도 그리 못함에 가슴이 답답합니다. 이제 세계는 관광사업이 국부가 됩니다. 우리도 힘을 모아 얼른 다시 국보를 세웁시다. 2008/02/12 19:39
  • 심충구 2008.03.19 22:22
    쏟아져 내리던 기와가 울부짓더니... 정말 좆같은 나라아닌가 정동영이 노털들 그냥계세요 알아서 잘 하겄슴다 했다가 수습하느라 좆빠졌어 나이 먹을수록 골이 굳어서 경직돼 갖구 내가 알고 내가 하는것이 최고지 남은 전혀 인정하지 않는 개같은 세상이 지금 우리가 사는 곳이네/ 우리는 유연하게 호상간에 이해하면서 부드럽게 살자구 2008/02/12 23:34
  • 이용식 2008.03.19 22:23
    정말 가슴아프더이다. 관광도 좋지만 문화재관리가 더 우선일텐데...멀리서 보면 되지 뭘 개방이다 뭐다하여 길을 내놓고 경비도 없이... 개방한 넘이 누구여! 국보1호 알기를 뭐같이 알고 허술하게 관리한 넘들 영국가서 뭘 배워왔나? 영국은 중요한 문화재는 1년에 한번 개방한다던데... 2008/02/13 10:01
  • 영태기 2008.03.19 22:23
    뭐라 할말이 없습니다. 이게 우리의 현주소이구나 생각하니 허망하고 분통터져서 한 사흘 허전하기만 했습니다. 10년쯤전 삼풍백화점과 성수대교 사건때도 그러했었는데 또 이런일이..... MB는 잘하겠지요. 믿고 기다려 볼밖에는. 아 숭례문이여!!! 2008/02/14 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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