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산골은...내려앉은 자욱한 안개, 촉촉한 이슬과 함께 하는 산골의 아침이다. 이른아침 밖에 나오니 사방을 분간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안개가 끼었다. 스치는 풀잎에는 이슬이 내려 흥건하다. 여치와 메뚜기가 유난히 기승을 부리는 올해는 개체수가 많아져서 채소잎을 갉아 먹는다. 살충제를 비롯한 농약을 전혀 치지않는 촌부라서 어떻게 잡을 재간이 없으니 답답하기만 하다. 함께 먹는 것도 어느 정도인데 배추며 무우잎은 구멍이 숭숭 나있다. 먹으면 얼마나 먹을까 하고 그냥 두었더니 사정없이 먹어 치워 걱정스럽다.
그렇다고 이제와서 농약을 친다는 것도 촌부의 지금껏 고집을 꺾는 것이라 싫다.
어쩔 수 없이 두고 보는 수 밖에...
어제 잠시 집을 비운 사이 산골아낙은 용감하게도 커다란 벌집을 하나 떼어 놓았다. 2층 쪽창 윗쪽에 벌이 하도 많이 날아다녀 보았더니 꽤나 큰 벌집이 있어 119를 부르기도 그렇고 하여 에프킬라를 뿌리고 긴막데기로 떼어냈단다. 아침에 산책삼아 뒷산에 올라 잣을 몇개 주워왔다. 지금껏 주워 온 잣을 말려 놓았는데 제법 된다. 둘이서 겨우내 충분히 먹을 양은 될 것 같다. 여느해에 비해 많이 열리지는 않은 것 같다.
텃밭에는 요즘 한창 배추와 무우가 자라고 있다. 이제 입동까지는 약 한달반 정도이니 그 때까지 자라면 충분히 김장을 할 정도는 될 것이다. 메뚜기와 여치가 먹어 치워도 설마 저 많은 것을 다 먹지는 못할테니까...ㅎㅎ 양파마을 씌워 둔 수수도 잘 여물어 가고 있고 두어줄 남겨놓은 고춧대에도 빨갛게 고추가 익어가고 있다. 익으면 따서 냉장보관을 하였다가 겨우내 좋은 양념으로 쓰이게 될 것이다. 뒤늦게 호박도 열리고 있다. 이제 거의 끝물에 해당되는 것인데 말라가는 줄기로 양분을 공급하여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것을 보니 경이롭기까지 하다. 식물들도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보인다고나 할까? 촌부네 가을텃밭은 이렇게 풍성하다.